[한중수교 25년] '10장면'으로 돌아본 국교정상화 사반세기

입력 2017-08-18 06:23   수정 2017-08-18 06:32

[한중수교 25년] '10장면'으로 돌아본 국교정상화 사반세기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한국과 중국은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지난 25년간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때로는 가까운 이웃으로 살갑게 지냈지만, 지금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갈등처럼 아찔한 상황도 여럿 있었다.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변곡점이 됐던 역사적 10장면을 추렸다.



▲ 수교 협정 체결(1992)

1992년 8월 24일. 한국의 이상옥 외무장관과 중국의 첸치천(錢其琛) 외교부장은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6·25전쟁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양국이 전쟁이 끝난 지 39년 만에 평화공존의 길로 들어서기로 약속한 것이다. 냉전 해체와 1990년 한국과 구 소련의 수교,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등으로 조성된 화해 분위기가 수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한중수교를 앞두고 북한에 사전 양해를 구했으며,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 대만과 단교했다.






▲ 황장엽 망명과 중국의 역할(1997)

'주체사상의 창시자'로 알려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한국 망명이 성사되기까지 중국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황장엽은 1997년 2월 12일 일본에서 세미나를 마친 뒤 중간 기착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즉각 반발하며 '한국행 불가'를 중국 측에 요구하는 한편 특수요원들로 보이는 이들을 보내 한국총영사관을 에워쌌다. 이에 중국은 무장경찰들이 24시간 경비를 서며 황 씨의 안전을 보장했고, 황 씨와의 면담을 통해 자유의사로 한국행을 원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중국은 북측의 반발을 고려해 황 씨가 제3국을 경유해 한국으로 가도록 양해했다. 황장엽은 그해 4월 20일 필리핀을 거쳐 한국에 들어왔다.






▲ 마늘분쟁(2000)

한중 간 마늘분쟁은 한국이 2000년 6월 1일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3년간 30%에서 315%로 대폭 인상하면서 시작됐다. 값싼 중국산 마늘의 수입이 대폭 늘어나면서 국내 농가에 피해가 우려되자 단행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였다. 그러자 중국은 일주일 뒤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중단하는 무역보복에 나섰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지만, 당시 중국은 WTO 가입국이 아니었다. 결국 협상을 거쳐 한국이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기존 수준인 30∼50%로 낮추고 중국은 보복조치를 철회하면서 분쟁은 마무리됐다. 중국의 불합리한 무역보복에 무릎을 꿇은 사례로 기억된다.






▲ 동북공정(2002)

동북공정은 중국이 동북 지역의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역사 왜곡 프로젝트다. 중국 중앙정부 최고 학술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과 한반도 접경 지역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등 동북 3성이 2002년 2월부터 5년간 진행했다. 한반도 통일시 일어날 수 있는 영토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프로젝트는 2007년 일단락됐지만 지금도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역사 왜곡 작업이 꾸준히 이뤄진다는 정황들도 나온다. 한국은 중국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 위해 2004년 교육부 산하에 고구려연구재단을 설치했고, 2006년에는 동북공정은 물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응하기 위한 동북아역사재단을 출범시켰다.






▲ 북핵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2005)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각국의 치열한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다. 6자회담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미·중·러·일 등이 참여한 다자회의체다. 6자회담은 태동부터 중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핵문제를 미국과의 양자 이슈로 본 북한과 다자회담을 추진한 미국 간의 입장을 조율해 2003년 8월 6자회담을 출범시켰다. 2005년에는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북핵폐기 로드맵으로 일컬어지는 9·19공동성명도 채택됐다. 그러나 북한의 거듭된 합의파기로 6자회담은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2008)

2008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주로 경제와 문화 분야에 치중했던 한중관계를 외교와 안보,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전략적 수준까지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양국관계는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긴밀해졌지만, 최근의 사드 배치 논란 등에서 보듯 외교·안보 분야의 협력은 여전히 미진하다.






▲ 시진핑 첫 방한과 '망루외교' (2014·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3월 취임한 이후 한동안 한중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였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이른바 혈맹인 북한을 제쳐놓고 한국을 먼저 찾은 것은 이례적이었다. 2013년 12월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에 화답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2015년 9월 서방의 지도자들이 보이콧한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선 장면은 한중 간 '밀월 시대'의 개막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후 사드 사태로 한중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 한중 FTA 체결(2015)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3년여의 협상 끝에 2015년 12월 20일 공식 발효됐다. 최장 20년에 걸쳐 전체 품목의 90% 이상에 대해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농축산 시장의 피해를 줄이고자 쌀을 비롯해 양념 채소류와 고기, 과실류, 수산물 등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중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핵심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중 FTA로 양국은 더욱 긴밀한 무역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국의 각종 비관세장벽에 막혀 지금까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 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의 반발(2016∼)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각종 통계수치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한중관계의 민낯을 드러나게 했다. 한미가 지난해 2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해 사드 배치 논의를 본격화한 이후 중국은 사드가 자신들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용 무기라는 한미의 설명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중국의 사드보복은 점차 노골화했고,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관련 업계가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한류열풍

1990년대 말 TV 드라마로부터 시작된 중국 내 한류(韓流)는 점차 가요와 영화, 패션, 음식, 게임 등 문화 전반으로 확산했다. 중국을 진원지로 한 한류는 일본과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를 넘어 남미와 유럽 등으로까지 퍼져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은 '한한령'으로 한국의 문화콘텐츠에 빗장을 걸었다. 중국에서 한류 문화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한국 드라마는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 드라마에 출연했던 한국 배우가 중도 하차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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