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선택지' 좁아진 文대통령…'베를린구상' 동력유지 고심

입력 2017-07-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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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선택지' 좁아진 文대통령…'베를린구상' 동력유지 고심

사드추가배치·한미억제력 강화 등 초강경카드 속 '투트랙' 유지

北, 대화제의에 ICBM급 화답으로 '대화지렛대' 유지 카드 난망

사드추가배치에 中 "엄중 우려"…더 꼬인 韓中 실타래 해법도 난제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추가 발사로 대북 해법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만 가고 있다.

'레드라인'(금지선)의 임계점까지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도발에 대해 즉각적으로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는 있으나, 스스로 표방해온 대북 구상을 실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답답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이달 초 이른바 신(新)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북 화해기조를 명확히 한 데 이어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화답한 모양새여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 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전략 무게중심은 '압박'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달 초 북한의 첫 ICBM급 도발 직후 실시했던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라는 대북 위력행사를 또다시 지시한 데 이어 유엔안보리 이사회 소집을 긴급 요청했다.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검토는 물론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자 전력 조기 확보를 서두를 것도 지시했다.

특히 주한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추가배치 등 한미 간 전략적 억제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라고도 했다.

이처럼 고강도 대응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데서 보듯 문 대통령의 이번 사안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엄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안보구도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이 우리의 대북 제스처를 무시하고 오로지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문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화해 손짓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한편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대미 메시지에 치중하고 있다는 관망에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우리 정부의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이 대화 요구를 뒤로하고 도발 수위를 올리는 국면이 반복되면 문 대통령으로서도 강경책을 내놓는 것 외에 달리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서 보듯이 대화의 끈은 어떤 경우에도 놓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재와 압박의 이면에서도 대화와 협상을 모색하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더라도 결국은 대화를 통해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소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 등 국제사회를 통한 대응, 긴밀한 한미 공조, 독자적인 대응체계 확립 등 다차적인 해법의 방향을 제시한 문 대통령이 향후 어떤 카드로 베를린 구상의 모멘텀을 이어가며 남북관계 주도권을 행사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문 대통령의 외교 난제 중 하나였던 한중관계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대북 대응 카드 중 하나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를 지시하자 중국은 즉각적으로 "엄중한 우려"를 언급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2기를 배치하고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꼬인 한중관계가 이번 조치로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사드 추가배치로 대북 경고음을 울리고 한미 공조를 굳건히 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한중관계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사드 추가배치가 '임시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반발하는 중국을 다독이려는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500㎏에 묶인 탄두 중량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한 것 역시 같은 취지다. 최소한 미사일 사거리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중국 자극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대북 조치는 조치대로 하면서도 한중관계 복원의 길을 좁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지만 중국의 반발 격화로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초 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중 수교 25주년인 다음 달 하순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계획이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정상 간 만남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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