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으로 의료시설 상당수 파괴…손쉬운 질병이 '죽을병'으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올해 유례없는 콜레라 감염 사태가 벌어진 예멘에서 콜레라 환자가 한 시간에 한 명꼴로 사망한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등은 지난 4월 이후 예멘에서 콜레라 환자 40만 명이 발생했고 숨진 사람은 1천900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2015년 3월 내전 발발 이후 예멘에서는 병원과 보건소 등 의료시설이 절반 이상 파괴돼 콜레라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예멘에서 완전히 가동되는 병원이 전체의 절반에 불과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인 콜레라가 사람을 죽이는 병이 됐다.
예멘 남부 도시 아덴에 있는 알 사다카 병원 소아 병동의 병상은 꽉 찼으며, 이 병원에만 하루에 새로운 콜레라 환자 100여 명이 들어온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이 병원 의사 아디나 살렘은 "딸이나 아들 같은 환자들이 나을 것 같은데 죽을 때 정말 힘들다"며 "병원 자금이 빠듯해 종종 의료진이 환자들의 치료비를 낸다"고 열악한 의료 사정을 전했다.
맥박이 뛰지 않는 아버지를 급히 병원에 모시고 왔다가 가까스로 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본 아메드 씨는 "거리 곳곳에 쓰레기와 하수가 널렸고, 모기와 파리들이 병을 일으킨다"며 "전쟁 전에는 안전하게 살았는데 지금은 모든 곳에 죽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라고 주장하는 모든 이들이 오직 사람들을 돌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 국민 60%가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린이 약 200만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콜레라를 이겨낼 저항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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