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피해 주는 공공시설 제거하면 죄일까

입력 2017-07-31 11:24  

내 집에 피해 주는 공공시설 제거하면 죄일까

재판부 "유죄지만 지자체 늑장 원인이어서 선고 유예"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내 집에 피해를 줘 대책이 시급한 공공시설을 지자체가 제때 조치하지 않더라도 마음대로 훼손하면 죄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에 따른 자구책을 인정해 벌금 50만원에 해당하는 선고를 유예했다.






3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장마를 앞둔 지난해 5월 말 A씨는 자신의 집에 하수관이 막혀 물이 역류해 넘쳤다. 공사업체를 불러 땅을 파보고 깜짝 놀랐다.

집 앞 가로수 두 그루(500만원 상당)의 뿌리가 자라 하수관 등을 파손했다. 나뭇가지가 전신주 전기선도 휘감았다.

시청에 전화해 가로수 교체를 요구했지만 "예산이 없어 당장은 힘들다. 보상받으려면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마를 코앞에 두고 급했던 A씨는 시청 직원에게 "일단 내가 조치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말했고 가로수 제거 필요성을 공감했던 이 직원도 허락했다.

며칠 뒤 A씨는 가로수 가지와 뿌리 일부만 잘라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 밑동만 남긴 채 모두 잘라버렸다.

인근 주민이 보기 흉하다며 민원을 제기하자 A씨는 아예 밑동과 뿌리까지 제거했고 결국 시청은 재물손괴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가지와 뿌리 제거를 허락받았고 밑동과 뿌리 전부를 제거할 때 현장에 있던 시청 직원도 이를 막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조은경 판사는 A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에 해당하는 죄를 인정하면서도 "경제적인 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가로수가 A씨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문제가 있더라도 재물로서의 가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A씨가 통화한 직원은 가로수 제거를 승낙할 권한이 없고 대화 내용을 보더라도 당장의 피해만 해결하는 조치만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지자체가 적시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아 이 사건이 발생했고 A씨 스스로 재산권 침해와 공공의 위험을 제거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비용을 지출한 만큼 중한 책임을 묻거나 경제적 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선고 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k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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