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유쾌한 BJ 되다…"혼자가 아니에요, 찾아갈게요"

입력 2017-08-01 06:15  

신부님, 유쾌한 BJ 되다…"혼자가 아니에요, 찾아갈게요"

유튜브 방송 '가톨릭주유소' 진행자 이영제 신부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로만 칼라의 검은 사제복을 보니 분명 신부님이 맞다. 하지만 유쾌한 표정에 재치있는 입담은 여느 MC 못지않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목국 이영제(42) 신부는 요즘 퇴근 후 컴퓨터 앞으로 달려간다. 매주 화, 목요일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생방송 '가톨릭 주유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만난 이 신부는 천주교 사제 가운데 사실상 첫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이유를 "힘들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곳조차 없는 청년들을 먼저 찾아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공무원시험 시즌이 끝날 때마다 언론에 보도되는 노량진 수험생의 자살 소식에 마음이 쓰라렸다고 한다.

그는 "지금 가장 가난한 사람은 청년 아니겠느냐. 모든 걸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당(本堂)에도 청년을 위한 강좌는 많지만 그 시간에 맞춰 온다는 것만으로도 여유 있는 청년들"이라며 "시간, 장소의 제약 없이 사제에게 궁금한 걸 물어볼 장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7일 첫 방송을 시작한 '가톨릭 주유소'는 '주님을 당신(YOU)에게 소개합니다'의 준말이다. 90분간 실시간 채팅으로 고민상담을 받고 교리를 가르친다. 차츰 고정 시청자가 생기고 이메일로 사연도 들어온다. 한 신자는 재능 기부로 프로그램 타이틀을 디자인해주기도 했다.

방송 콘셉트는 편안함으로 잡았다. 진행 도중에 화장실에 가거나 머리를 긁적이며 '아재 개그'를 뽐낸다. 딱딱하지 않은 모습에 채팅창에선 재미있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이 신부는 "복음을 선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저는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일 뿐"이라며 "제가 개그 욕심은 좀 있는데 그게 하느님께서 주신 거라면 백분 활용해서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웃었다.

또한, "방송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다른 교구의 젊은 신부님들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계시다고 들었다"며 기뻐했다.

이 신부는 청년들에게 건강한 자기 존중감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릎 꿇고 싶을 때가 있다. 무한경쟁 사회에 사는 청년들은 얼마나 짓눌려있겠느냐"며 "하지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모든 순간에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필요로하는 분이 잔디밭에 있다면 잔디밭으로, 공장에 있다면 공장으로 찾아가겠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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