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대 사회, 이스라엘과 갈라서나?

입력 2017-07-31 15:39  

美 유대 사회, 이스라엘과 갈라서나?

초 정통 랍비들 주도 이스라엘, 해외 유대인들과 갈등 심화

"단순한 균열이 아닌 구조적 변화 일어나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대인들의 시오니즘을 구현한 국가 이스라엘과 해외 거주 유대인(diaspora) 사이가 심상치 않다.

과거 이스라엘이 인근국들과 분쟁에 휩싸일 때면 이스라엘 입국 공항은 더욱 붐볐다. 조국의 고난을 함께 하고자 해외에서 몰려드는 유대인들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결력이 근래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조국 이스라엘에 보내는 해외 유대인들의 자발적인 지지가 줄어든 탓이다.

특히 이스라엘 최대 동맹인 미국 유대인들의 조국 이스라엘을 보는 시각이 얼어붙고 있다.

미국 내 유대인들은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우파 정부가 들어선 후 팔레스타인 점령정책과 정착촌 건설 등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시각이 냉담해 지면서 이스라엘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기가 힘들어졌다.

여기에 이스라엘 내 극단주의적 초(ultra) 정통 유대교 랍비들이 다소 시대에 맞지 않은 종교적 전통과 관행을 고수하면서 보다 온건하고 실용적인 해외 유대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포린폴리시(FP)는 (7월)28일 자에서 지난달(6월) 25일 이스라엘 정부가 취한 일련의 보수적인 종교 관련 조치로 그동안 잠재돼 온 이러한 국내외 유대 사회 간 문제들이 노골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 정통 랍비들이 주도하는 이스라엘 내각이 또다시 시대착오적인 종교 인습을 고수함으로써 이제 미국 등 해외 유대 사회와의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러한 갈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면서 '미국 유대인들이 과연 이스라엘을 포기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우파 정부는 지난달 25일 유대인들의 최대 순례 장소 가운데 하나인 예루살렘 서벽에 남녀 공동 기도소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1월 약 900만 달러(약 100억 원)를 들여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서벽에 남녀공동 기도소를 설치해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계속되는 초 정통 유대 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이를 취소했다.

61석의 아슬아슬한 의회 내 다수를 유지하고 있는 네타냐후 내각으로선 연정을 구성 중인 초 정통 유대 계열 정당이 하나라도 이탈하면 내각이 무너지기 때문에 정치적 생존을 위해 초 정통 세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또 유대인 자격에 대한 최종 심사 권한을 최고랍비회의에 부여하는 법안도 가결했다. 누가 유대인인지는 랍비 개인이 아닌 최고랍비회의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근래 급증하는 해외 유대인의 무분별한 본국 이주를 엄선하고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유대인의 혈통을 보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이러한 법적 조치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유대인들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도 남성처럼 서벽에서 유대 복장을 착용한 채 유대경전(토라)을 읽을 수 있도록 양성평등을 추진해온 단체들은 어렵게 마련한 공동기도소 설치 합의를 네타냐후 내각이 철회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종교 행동센터의 아나트 호프만 소장은 네타냐후 내각이 세계 유대인들의 성지인 서벽에 대한 열쇠를 소수 극단주의 그룹에 양도해 버렸다면서 단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조국이 지닌 가장 고귀한 가치를 팔아버렸다고 매도했다.

유대인들의 조국 이주를 지원하는 세계 최대 단체인 유대인기구는 네타냐후 내각의 조치 이후 항의 표시로 네타냐후 총리와의 만찬 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정부 결정을 개탄한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조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번복할 것을 촉구했다.

유대인 거액 기부자인 플로리다의 부동산 재벌 아이삭 피셔를 비롯한 미국 내 보수적 유대인 인사들도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가 번복될 때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재정기부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피셔는 미국 내 보수 유대단체인 미-이스라엘공공위훤회(AIPAC) 이사로 이들은 이스라엘이 이스라엘인뿐 아니라 전세계유대인들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150만 유대인들을 대변하는 개혁유대주의연합의 릭 제이컵스 회장은 현재 미국 등 해외 유대인과 이스라엘 정부와의 '균열(rift)'이란 표현은 과소표현이라면서 양자 관계에 일종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25일의 (이스라엘 정부) 조치는 전례 없는 상황에 대한 신호라면서 이는 유대인 일부 생활상의 핵심을 건드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의회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주요 생활방식에 있어 극단주의 초정통 랍비들의 법적 우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전체 국민 가운데 11%에 불과한 초정통유대인들이 결혼과 이혼, 장례 등 이스라엘인들의 주요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 등 해외 거주 유대인들의 경우 시대 상황을 감안한 보다 온건하고 실용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남녀 공동 기도소도 이러한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통 유대인들은 음식에 대해서도 카슈루트라는 유대 전통 조리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나 해외 유대인들도 음식이나 안식일 엄수 등에 보다 완화된 근대적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은 과연 유대인은 누구인가를 둘러싼 해외 유대인과 이스라엘 초정통 유대인들 간의 정체성 논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지난 1988~2004년 사이 소련 해체와 함께 100만에 달하는 소련권 출신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밀려들면서 정통 랍비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귀환법은 조부 중 한사람이 유대인인 경우 유대인 자격을 인정하고 있으나 유대 탈무드 율법은 모친이 유대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련 출신 유대인들이 귀환법 조항을 이용해 대거 이스라엘 시민권을 획득하면서 유대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초정통 유대세력의 우려이다.

유대인 자격에 대한 최종 심사권을 최고랍비회의가 갖는다는 밥안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울러 유대 율법을 둘러싼 논란이 일선 정치문제로 등장한 것도 이러한 이스라엘 내부 역학 때문이다.

또 초정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정통 유대세력이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정착문제에 집착하면서 율법 논란에 관한 통제권을 초 정통 측에 넘긴 것도 한 이유이다.

그러나 제이컵스는 이스라엘 내각이 전세계 유대인들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계산착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차기 선거를 겨냥해 이스라엘 유권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호프만은 이스라엘은 지구 상 모든 유대인의 합작 프로젝트라면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는 단지 이스라엘인 뿐아니라 전세계 유대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와 해외 유대인 간의 균열과 그 반향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초 정통 랍비들이 주도하는 이스라엘의 유대교는 갈수록 세계 유대인 사회 내에서 고립되는 양상이다. 2013년 퓨리서치 조사 등에 따르면 특히 차세대 젊은층의 경우 갈수록 초 정통 유대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타냐후 내각의 지난달 조치는 바로 이러한 추세에 불을 붙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어쩌면 강경 네타냐후 내각은 외부의 압력보다는 오히려 유대 사회 내부의 분열로 무너질 가능성을 맞고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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