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출발 대연평행 여객선, 소연평도는 편도 운항
대연평도 찾은 소연평도 주민들 수십 년째 행정선 불법 이용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서해 북단 소연평도와 대연평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왕복 운항을 하지 않고 편도로만 다녀 섬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관련 법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는 행정선을 어쩔 수 없이 불법으로 수십 년째 이용하는 실정이다.
1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소연평도 주민들은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을 떼거나 은행 업무를 보려면 뱃길로 4.8㎞ 떨어진 대연평도를 가야 한다.
인구 120여 명의 소연평도에는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과 은행이 없기 때문이다. 군청이 있는 인천 육지보다 대연평도가 그나마 가깝기도 하다.
요즘 인터넷으로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이 섬 주민 상당수는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노인들이다.
인천에서 출발해 소연평도와 대연평도를 잇는 여객선인 고려고속훼리 소속 플라잉카페리호(573t)는 하루 1차례 편도로만 소연평도에 들른다. 대연평도에서는 소연평도를 들르지 않고 곧바로 인천항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소연평도 주민들이 대연평도에 갈 때는 이 여객선을 탈 수 있지만 돌아오는 배편은 없는 것이다.
이런 탓에 소연평도 주민들이 볼일이 있어 대연평도에 다녀오려면 최소 2박 3일이 걸린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인천항에서 출발한 이 여객선을 타고 대연평도로 가 볼일을 본 뒤 하루 숙박을 해야 한다. 볼일을 보는 사이 인천항으로 향하는 여객선은 30분 만에 승객을 태우고 곧바로 떠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후 대연평도에서 출발하는 배편으로 인천항으로 나온 소연평도 주민들은 다시 1박 후 또 다음 날 오전에야 소연평도행 여객선을 탈 수 있다.
김경수(65) 소연평도 이장은 "소연평은 섬이 작아서 편의점은커녕 슈퍼마켓도 하나 없다"며 "생필품을 사거나 은행 업무를 보려면 한 달에 2∼3번은 대연평에 가야 하는 데 매번 불편하다"고 했다.
옹진군은 행정선 운용 지침이 포함된 선박안전법시행규칙상 불법인 줄 알면서도 소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1주일에 2차례 두 섬을 오가는 38t급 행정선을 운항하고 있다.
선박안전법 시행규칙 제5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선박을 이용할 수 있는 '임시승선자'에 섬 주민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연평도 주민들은 여객선 편도 운항 때문에 대연평도에서 돌아올 때는 행정선을 이용한다.
여객선사인 고려고속훼리는 이 항로 운항을 시작한 2007년 이후 소연평도는 계속 편도 운항만 하고 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고속훼리 관계자는 "덕적도 부속 섬 등 대부분의 여객선이 작은 섬은 편도로만 운항한다"며 "소연평도의 항만시설이 좋지 않아 물때가 맞지 않으면 접안이 어려워 선장들도 운항을 꺼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인천항을 출발해 백령도로 향하는 여객선은 중간 기항지인 소청도와 대청도를 모두 왕복 운항하고 있다.
여객선 면허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고려고속훼리 이전의 여객선 사업자도 소연평도는 편도로만 운항했다"며 "소연평항은 지방어항이어서 옹진군 예산으로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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