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 오토바이 업계에서 상징적 존재였던 50㏄ 모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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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혼다와 야마하, 스즈키 등은 올해부터 50㏄ 오토바이 모델들을 퇴역시킬 예정이다. 이들은 50㏄ 오토바이가 결국은 단종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50㏄ 오토바이는 혼다가 1948년 창업할 당시 처음으로 출시한 모델로, 이 회사를 세계적인 메이커로 올라서게 만들었고 야마하, 스즈키가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혼다가 그 10년 뒤에 선보인 50㏄ 모델 슈퍼커브(Super Cub)는 오토바이 역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올해 슈퍼커브의 누적 판매대수는 1억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커브는 다양한 크기의 엔진을 장착해 16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다만 원래 모델인 50㏄는 전기 배터리를 장착한 모페드와 소형차로 수요가 옮겨간 탓에 해외에서는 완전히 퇴출된 상태다.
현재 50㏄ 오토바이는 전세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에서만 팔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본국에서조차 50㏄ 오토바이는 역력한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1982년 280만대가 팔려 나갈 만큼 인기를 누렸던 50㏄ 오토바이는 지난해 겨우 16만2천130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지난해 판매된 50㏄ 오토바이의 60%는 혼다 제품이고 야마하와 스즈키가 그 나머지 점유율을 나눠갖고 있다.
일본 업계가 50㏄ 모델의 단계적 생산 중단을 모색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유럽연합(EU) 기준을 채택해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엄격해진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비용이 높아지게 되며 따라서 경제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 단종될 50㏄ 모델 가운데는 출시 50년을 맞는 혼다의 Z시리즈가 포함돼 있다. 혼다는 8월 생산분을 끝으로 Z시리즈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방침이다.
혼다의 아베 노리아키 오토바이 사업 담당 사장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규제를 넘겨왔지만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야마하의 야나기 히로유키 사장도 규제로 제품 개발이 극도로 힘들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EU집행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토바이가 배출하는 가스는 2020년 기준이 발효된 이후 20년 내에 절반이 줄어들고 오토바이 생산에는 대당 130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 이는 일부 일본 오토바이의 판매 정가가 10% 오르는 것을 뜻한다.
스즈키의 창업자인 오사무 스즈키 회장은 지난 5월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00㏄나 50㏄ 오토바이는 아마도 사라질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125㏄나 150㏄가 최경량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오토바이 업계는 전기 오토바이를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야마하와 스즈키는 이미 전기 배터리를 장착한 50㏄급 모페드를 출시했고 혼다도 내년에 전기 배터리로 구동되는 스쿠터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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