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게 박수갈채·인형시위…기발한 전세계 시위방법들

입력 2017-08-01 08:00  

독재자에게 박수갈채·인형시위…기발한 전세계 시위방법들

신간 '거리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우리는 흔히 '시위'하면 구호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거나 요구사항을 적은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경찰에 맞선 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중국의 반(反)체제 예술가인 아이웨이웨이는 "예술과 창의적인 행위만이 독재정권의 억압적 권력을 해소할 수 있다"며 시위에 좀 더 창의적인 표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사무국장인 스티브 크로셔가 쓴 '거리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산지니 펴냄)은 변화를 원하는 전세계 사람들의 창의적인 저항방식을 담은 책이다.

책에 소개된 50여곳의 기발한 시위현장은 시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면서 변화를 위한 행동이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2년 러시아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인형시위가 펼쳐졌다. 시베리아의 시위대는 작은 인형들을 눈 속에 늘어놓았다. 인형들은 '나는 공명선거를 원한다' 같은 구호를 적은 종이쪽지를 매달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인형시위를 금지했고 경찰은 인형들이 들고 있던 구호를 수첩에 적었다. 이 장면이 SNS에 공유되면서 러시아인들은 당국의 피해망상을 비웃었다.






2011년 벨라루스에서는 시위자들이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향해 박수를 치는 방식으로 몇 달간 열광적인 박수시위를 했다. 정부는 이를 대통령을 조롱하는 행위로 간주해 박수를 치는 사람들을 '거짓 충성' 혐의로 연행했다. 이 때문에 한때 벨라루스에서는 대통령이 연설할 때 실제 대통령 추종자들도 박수를 치지 못하고 조용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2010년 미얀마에서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이 소식이 주목받길 원치 않았던 정부는 신문사에 1면에 이 기사를 싣지 말라고 압박했다.

당시 미얀마의 한 스포츠신문은 1면에 잉글랜드 축구경기 결과를 실었다. 'Sunderland Freeze Chelsea, United Stunned by Villa, & Arsenal Advance to Grab Their Hope'(선덜랜드는 첼시를 얼어붙게 했고, 유나이티드는 빌라에 깜짝 놀랐고 아스널은 그들의 희망을 잡기 위해 나아가다)이란 제목이었다. 통상적인 축구경기 결과를 전하는 뉴스에 검열관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신문은 다음 날 가판대에 헤드라인의 일부 글자색을 다르게 인쇄한 신문을 내걸었다. 색깔이 다르게 인쇄된 글자만 읽으면 'Su(nderland) Free(ze Chelsea,) Unite(d Stunned by Villa,)& (Arsenal) Advance to Grab The(ir) Hope'(자유를 찾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사람들과 연합해 희망을 잡기 위해 나아가다)라는 의미가 된다. 검열을 피해 나가기 위한 신문의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책은 자연스레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다양한 형태의 시위들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저자의 말처럼 촛불집회 역시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문혜림 옮김. 184쪽. 1만9천800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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