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감독들 사로잡은 '누벨바그의 여신' 佛 배우 잔 모로 타계(종합)

입력 2017-08-01 00:43  

천재감독들 사로잡은 '누벨바그의 여신' 佛 배우 잔 모로 타계(종합)

트뤼포의 '줄 앤 짐' 여주인공…당대 명감독들의 '뮤즈', 후배양성에도 힘써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줄 앤 짐'(1962년)에서의 마성의 매력을 지닌 여성 '카트린'으로 열연한 프랑스 여배우 잔 모로가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모로는 이날 아침 파리 시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모로는 생전에 '영원한 프랑스의 연인', '누벨바그의 여신',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완벽한 여배우' 등으로 불리며 프랑스와 전 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칸, 세자르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예술원의 정회원으로 추대됐던 그는 배우이자, 감독, 연극연출가로서 전방위로 활동한 예술가였다.


1949년 '마지막 연인'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루이 말 감독의 '광란'(1957년),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1961년), 프랑수아 트뤼포의 '검은 옷을 입은 신부'(1967년), 뤽 베송의 '니키타'(1990년), 프랑수아 오종의 '타임 투 리브'(2005년)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으며, '빛'(1976년)과 '청춘'(1978년) 등을 직접 연출했다.

모로의 자유롭고 즉흥적이면서도 관능과 지성을 겸비한 연기는 1950년대 후반 '새로운 영화'를 주창한 프랑스와 유럽의 영화사조 '누벨바그'의 정신과 잘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수아 트뤼포, 루이 말, 라이너 베르나 파스빈더 감독 등 '누벨바그'와 '뉴저먼시네마' 등 유럽은 새로운 영화사조를 이끌던 당대 천재감독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모로는 '누벨바그의 여신'이라는 영예로운 별칭을 얻었다.

수많은 모로의 출연작 중 아직도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작품은 트뤼포의 1962년 작 '줄 앤 짐'(Jules et Jim)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초 유럽과 세계 영화계를 주도한 누벨바그 사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영화에서 모로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적이면서도 마성의 매력을 지닌 여성 카트린을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1928년 파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프랑스인 아버지와 댄서 출신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로는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16세에 파리예술학교에 입학했고, 1948년 스무 살 때는 프랑스 국립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의 역대 최연소 상임단원으로 선발되는 등 일찌감치 연극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여자아이를 교육하는 것이 무가치하다고 여겼던 아버지는 예술과 문학에 호기심이 넘치던 딸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는 2012년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책을 읽으면 아버지가 때렸다. 그래서 몰래 숨어서 촛불 밑에서 책을 읽곤 했다. 그을음 때문에 콧구멍이 새카매지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모로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곧 희곡과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고, 4년간의 극단 생활 중 22편의 작품에 출연한 그는 영화 데뷔 전부터 연극계의 '대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영국인이었던 덕분에 영어에도 능통해 일찌감치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당대 미국 최고의 감독 오손 웰즈의 셰익스피어극 '심야의 종소리'(1966)를 비롯해 그의 영화 세 편에 출연했다.

웰즈는 모로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여배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엘리아 카잔, 빔 벤더스, 테오 앙겔로풀로스 등 명감독들의 주요 작품에 다수 출연하며 명성을 이어갔다.

마지막 출연작은 87세의 나이로 2015년 출연한 '내 친구들의 재능'이라는 작품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신인감독 알렉스 루츠의 작품이었다.

재능있는 신인감독들을 지원하는 '레 자틀리에 덩제'(Les Ateliers d'Angers)라는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설립하기도 한 모로는 젊은 영화인들을 추천하고 후원한 프랑스 영화계의 '대모'로도 기억된다.

2001년 부산영화제를 방문한 모로는 한국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나는 배우에 앞서 한 여성이며 영원한 학생이다. 죽는 날까지 삶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나가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별세 소식에 "모로는 영화 그 자체였던 분으로, 언제나 기성 질서에 저항한 자유로운 정신이었다"며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프랑스 배우 장루이 리샤르와 첫 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들이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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