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회 국방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송영무 장관

입력 2017-07-3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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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회 국방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송영무 장관

(서울=연합뉴스) 31일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는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정부 대책을 듣는 자리였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분위기가 차분하지 못했다. 의원들의 질문에 오락가락 답변으로 일관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는 송 장관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이다. 송 장관은 국방위 첫 출석부터 좋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 것 같다.



송 장관의 답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임시배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꼬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대통령에게 사드 전면배치를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에게) 이미 건의를 드렸고 그 조치를 하기 위해 임시배치를 하는 것으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김 의원이 '완전 배치를 위한 전 단계로 임시배치를 한 것이냐'고 확인 질문을 하자 "그래서 그렇게 결론이 났다"고 답했다. 이번에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배치한 것이 전면배치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뜻이었다. 국방부는 북한의 2차 ICBM 도발 당일인 28일 오전 성주의 사드 부지에 대해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의 배치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최종결정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만 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북한의 심야 ICBM 도발로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 방침이 달라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장관은 회의 중간에 "(사드) 임시배치라는 것은 국민이 불안하다고 하면 재고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며 '전면배치'에서 발을 뺏고, 심지어 사드 용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 지역을 바꿀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상황이 급하니 일단 긴급배치를 해보고 안 되면 취소할 수 있는 것이냐'고 하자 이번에는 "분명히 그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한민국의 국방부 장관이 사드 배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의원들로부터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는데 그 정도에 그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송 장관은 사드 전자파에 대해서도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발단은 이번에도 김학용 의원의 질문이었다. 김 의원이 "소규모 환경평가에서 전자파가 아예 검측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사드를 완전히 배치하는 게 국론분열을 막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데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송 장관은 "대단히 정확한 지적이고 옳을 말씀"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주민들이 궁금해하는 데 왜 국방부가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송 장관은 "환경부와 협의 과정에 있어 비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이지스함에 탑재된 레이더 출력이 사드 레이더보다 62배 강한데도 함정에서 근무한다"면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으로 미뤄볼 때 사드 전자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송 장관의 기본인식인 듯하다. 그런데 성주 지역 주민들과 사드 반대 단체들은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의혹을 버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성주 부지에 대한 국방부의 전자파 측정을 거부해 무산시키기도 했다. 성주와 김천 지역 주민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사드 임시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했다. 앞으로 국방부가 이들은 어떻게 설득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송 장관은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질문을 받고, 북한이 동해 상으로 다시 ICBM을 발사해도 "우리의 대응 무기로는 폭파하기 어렵다"는 발언도 했다. 물론 북한의 ICBM은 남한을 주목표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송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법률법인으로부터 월 수천만 원의 자문료를 받고, 상습적으로 음주 운전을 한 전력이 드러나 야당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송 장관은 청문 과정에서 겪은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장관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국회에서 한 발언을 보면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일국의 국방부 장관으로서 언행과 판단이 이렇게까지 흔들려서는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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