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보이콧 등 中겨냥 금융제재 발표 가능성…美·中 충돌 격화 양상
中 "긴장완화는 美·北에 달려, 분풀이 대상 잘못 찾았다"…정면 반박
(워싱턴·베이징·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심재훈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국의 강경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북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공언하며 북핵 해결에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조만간 중국 등을 직접 압박하는 중대 조치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책임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데 대해 공개 반박하며 군사 굴기 움직임을 가속,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두 강대국의 충돌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의 취임에 맞춰 백악관에서 연 내각 회의에서 "북한 문제는 해결될 것(will be handled)"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문제)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과 중동은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흥미로운 상태에 있다"면서 "전임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굉장한 일들을 많이 진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두 번째로 시험 발사를 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드러냄에 따라 조만간 강력한 대북 관련 제재 조치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국내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내각을 소집한 자리에서 북한 문제를 부각했다는 점은 그만큼 비중 있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들어 두 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으로 고조된 북한의 위협을 다루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북한의 맹방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공공연히 밝혀온 만큼 중국에 대한 전례 없는 제재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그는 북한의 ICBM 발사 시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중국에 책임을 물은 바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더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 경제제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도 이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중 중국에 대한 강력한 금융·무역 제재를 발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들이 대(對) 중국 경제 제재 방안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중국을 겨냥한 경제 조치로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도입이나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 및 쿼터 부과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예상과 달리 북한의 두 번째 ICBM 시험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사실상 거부한 것도 중국과 러시아의 전향적 태도를 압박하기 위한 강수로 풀이된다.
대 중국 압박뿐만 아니라 군사적 대응과 조치를 시사하는 움직임도 조금씩 무르익는 분위기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먼저 공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결정을 생중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날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미국은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군사 조치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이틀 연속 천명한 셈이다.
미 공군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2대가 30일 한반도 상공에서 대북 무력시위 비행을 하고, 미 국방부가 이날 배치가 보류된 4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를 언제든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과 북한 자신에 달린 문제라고 반박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무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북한이) 올바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게끔 해야 할 기본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 중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류 대사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동결을 맞바꾸는 중국의 제안을 거듭 강조하면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실질적인 행동과 협상, 대화, 긴장 완화로 정확하게 옮겨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지역 내 전략적 안정성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거듭 반대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미국의 대중 압박 강화 움직임에 "트럼프가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으며 '중국의 북핵 책임론'을 반박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양강의 충돌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1일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대회 연설에서 "인민군대가 항미원조(抗美援朝·한국전쟁을 일컫는 중국 용어) 전쟁과 여러 차례 변경의 자위 작전을 승리로 이끌어 국위와 군위를 떨쳤다"고 치하하며 미국의 신경을 긁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 불허와 중국군의 전 세계 영향력 확대 방침도 밝혀 향후 미국과의 갈등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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