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회의 거부' 극히 이례적…北 강력제재 '결기' 보여
"그들은 말만 할 뿐"…美 '北 ICBM 발사' 후속대응 주목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지난 28일 북한의 두 번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시험발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격하다.
특히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사실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거부한 것은 이례적이다.
헤일리 대사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많은 사람이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미국이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추진할 것이냐는 문의가 많았다면서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면 긴급회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소한 현시점에서는 안보리 긴급회의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려도 러시아가 북한의 ICBM을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고, 중국 역시 '대화'를 강조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전략적 도발을 하면 안보리 긴급회의가 즉각 소집돼 안보리 의장이 언론성명 등을 내고, 추가 제재 결의안 논의로 이어지는 것이 기존의 패턴이었다.
이런 점에서 사실상 안보리 긴급회의를 거부한 미국의 반응은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고 미국의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헤일리 대사의 반응은 지난 4일 북한의 첫 ICBM급 미사일 발사 이후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담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성명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현저하게 강화하지 않는 추가적인 안보리 결의는 가치가 없다"면서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정적으로(finally) 이런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행동을 촉구했다.
북한의 핵실험ㆍ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안보리가 2006년 이후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2094호(2013년), 2270호·2321호(2016년), 2356호(2017년) 등 7차례의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고도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새 결의안에는 북한이 실제로 고통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제재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새로운 제재 내용과 관련해 대북 원유공급 중단과 북한 인력수출 금지, 항공·해운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고강도 대북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제재 결의안 논의 상황과 관련해 지난 25일 미중 간에 논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중국과 러시아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 측과 문제를 푸는(work out) 것이 시험대"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고위 관료들도 잇따라 강력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재차 거론하면서 "그들(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더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30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해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전략적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며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28일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의 중요한 경제적 조력자로서 역내 위협 증대와 세계정세 안정에 독특하고 특별한 책임이 있다"면서 중국, 러시아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2차례에 걸친 ICBM급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트럼프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안보리 제재결의와 별도로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독자제재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1일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들이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르면 이번 주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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