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교사 만행 수사는 끝났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

입력 2017-08-01 16:02  

체육교사 만행 수사는 끝났지만 아물지 않은 상처

경찰, 교사 1명 구속·1명 불구속 입건 수사 종결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도내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체육교사의 여학생 집단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에 일단락 됐다.

경찰은 주범으로 지목된 이 학교 체육 교사를 구속하고 또 다른 교사를 불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학생들이 받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나서서 "우리 학교를 살려달라"며 언론에 읍소를 할 정도로 이번 사건의 충격과 파장은 컸다.


◇ 10여년간 지속한 '인면수심' 교사의 만행

성추행 사건은 지난 6월 1일 피해 학생 학부모들이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에 체육 교사 A(51)씨의 행각을 알리면서 드러났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 학교 1학년 학생 160여명을 상대로 성추행 피해 확인을 위한 설문조사에 착수했다.

A씨의 범행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정도로 10여년간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설문조사에서 학생 20여명은 A씨에게 당했던 성추행 정황을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한 학생은 "체육 시간에 A씨가 뒤에서 내 허리를 잡고 안으며 신체를 밀착했다. 그리고 손을 만지면서 '사랑해'라고 말하더라"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학생은 "체육 교사가 '동아리 현장 답사가서 ○○선생님이랑 같은 방 줄까?'라는 말을 해 귀를 의심했다"며 충격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렸다.

교무실에서 '예쁘다'며 껴안고, 방과 후에 '사귀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등의 성희롱 사례도 나왔다.

뒤이은 2, 3학년 설문조사에서도 추가로 20여명의 학생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했고,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A씨 외에 '2∼3명의 교사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확인됐다.

현장조사에 나선 전북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는 이들의 성희롱과 선물 강요, 학생 편애 등의 정황을 확인하고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 "학교 살려달라"는 졸업생들의 애원

교사의 추악한 행각이 속속 드러나자 졸업생들마저 절박한 심정으로 목소리를 냈다.

졸업생모임은 '학교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사건이 불거진 이후 재학생과 졸업생들로부터 수집한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그간 밝혀진 내용 외에 폭행·폭언, 학급마다 심었던 '학생 스파이'(교사의 험담을 엿듣는 역할), 마약류(코카인) 흡입 경험담 발설 등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교사의 만행이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증언이다.

이들에 따르면 교사들의 행각은 10년이 넘도록 계속돼 학생들의 학창 생활을 망칠 정도였다.

한 졸업생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에 받은 수치심과 모멸감을 아직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체육 교사는 당시 나를 복도에 엎드리게 한뒤 발로 찰 것처럼 위협했다. 그리고선 부모와 형제를 들먹이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했다"며 "성추행은 물론 한 학생의 개인적 실수를 문제 삼아 학급 전체의 수행평가 점수를 깎겠다는 교사 자질이 없는 발언도 일삼았다"고 고발했다.

졸업생들은 교사들의 파렴치한 행각이 오랫동안 이어질수 있었던 것은 사립학교의 기이한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몇년마다 바뀌는 공립과 달리 사립학교에서는 선생 대부분이 20∼30년씩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차례 마찰이 있으면 졸업할때까지 봉변 등을 당할수 있기 때문에 발설하거나 대들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입건된 교사는 고작 2명…범죄자 더 없나?

경찰은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친근감의 표현'이었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했지만, 고발한 학생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됐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또 다른 교사 B씨의 범행도 적발,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넘겼다.

학생들의 정신건강 등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교사 2명을 입건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학생들은 또다른 일부 교사의 비위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사건의 일단락에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교사 2명을 입건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뒤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면서 "최대한의 범위에서 수사를 했지만 법률상 처벌할 수 있는 교사는 이 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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