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 경제의 절망' 상징 스페인 경제가 부활하고 있다"

입력 2017-08-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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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 경제의 절망' 상징 스페인 경제가 부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잃어버린 10년 경제 재앙에 종지부…유럽·세계 경제에도 희소식"

부채 의존했던 건설업 거품 붕괴 후 경제 재편…저임금 등 "완전회복은 먼 길"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유로 경제권의 무덤이자 절망의 상징처럼 인식돼 온 스페인의 경제가 잃어버린 10년에 종지부를 찍고 부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 신문은 1일 자에서 스페인 현지 자동차 공장과 지하철 공사장, 창업 회사, 기존 산업의 혁신 등 경제 현장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활력을 소개하고, 스페인 경제가 지난해 3%가량 성장하면서 수출품을 쏟아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절망에 잠겨있던 나라가 정상을 되찾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는 스페인에 좋은 소식일 뿐 아니라 유럽과 나아가 나머지 세계 경제에도 좋은 소식"이라고 신문은 반겼다.

지난 10년간 스페인은 부동산 투자 거품 붕괴와 전 세계적 금융 위기가 겹치는 바람에 실업률이 26%까지 치솟는 등 유로 경제권 19개 나라 가운데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경제 재앙국 중 하나였으나, 지난달 28일 스페인 정부가 발표한 경제 수치에 따르면 이제 경제위기 이전 규모로 회복했다.

이는 또한 유럽 대륙이 여전히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긴 하지만 마침내 회생의 길에 들어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스페인의 경제 회복 경험으로부터 유럽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경제학적 관점에 따라 다르다.

애초에 경제위기 처방으로, 정부가 과감하게 사회경제 기반 시설 사업에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 것을 주장했던 측은 그동안 스페인 경제의 고통은 긴축이라는 유로권 지도자들의 그릇된 처방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현재 스페인 경제의 경쟁력은 일자리가 늘어나는데도 여전히 낮은 상태를 면치 못하는 임금 덕분이며, 이런 점에서 스페인 경제의 회복은 축하할 일이라기보다는 왜 스페인 경제의 회복이 그렇게 오래 걸렸는가를 일깨워주는 것일 뿐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스페인의 실업률은 여전히 18%를 상회하고, 청년층에선 거의 39%에 이르며, 4천700만 국민 가운데 425만 명이 아직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성장을 되찾은 분야에서도 임금 협상과 파업이 잦은 것 등은 아직 남아있는 경제적 고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과감한 경제개혁이 경제 회생을 가져온다는 것을 스페인이 입증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스페인이 노동개혁을 통해 해고를 쉽게 만듦으로써 도리어 채용을 쉽게 하도록 만들었다며 노동조합의 저항에 부닥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따라야 할 사례로 제시한다.

신문은 "스페인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경제구조의 재편"이라며, 10년 전 스페인 경제는 부채 위에 세워진 건설업에 의존했다가 거품이 터졌지만, 현재경제에서 건설업 비중은 그 때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반면 수출은 경제 비중이 이전의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증대했다고 지적했다.

수출 증대를 통해 스페인 경제 활력에 기여한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 산업. 폴크스바겐에 매각된 스페인 자동차업체 세아트(SEAT)는 지난 2010년 연간 30만 대를 생산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지난해는 45만 대를 생산, 그중 80% 이상을 수출해 1억5천300만 유로(2천25억 원)의 수익을 남겼다.

5개년에 걸쳐 33억 유로를 들인 공장 현대화 계획을 추진 중인 이 회사는 스페인의 노동개혁을 들어 폴크스바겐 그룹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경제위기 때 이 공장 노동자 700명 중 절반은 작업을 할당받지 못해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위기 이전 수준과 거의 비슷한 600명이 일자리를 얻고 있다.

수출 기업들의 회복은 정부 세수도 회복시켜 그것이 다시 경제로 환류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바르셀로나 지하철 공사가 3년 만에 재개돼 실업급여로 생활하던 노동자들이 지하철 공사장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경제위기로 바르셀로나 생활비가 런던에 비해선 36%, 파리에 비해선 28% 싸진 덕분에 세계 각지의 젊은 전문직업 층이 바르셀로나에 몰려들어 창업하고 있다. 이들 창업 기업들은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 때문에 낮은 임금으로 인력을 충원한다.

"위기는 새 사업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라고 사무실 임대업을 창업한 다비드 페레스는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신문은 "위기는 또한 스페인식 혁신도 낳았다"며 스페인의 전통 산업인 관광업계에서 지역전문가들을 관광객과 맺어주는 맞춤형 관광회사 창업이나 파산 위기에 몰렸던 부모 세대의 전통 포도주 사업을 현대적 취향에 맞게 포장해 대박을 터뜨린 사례 등을 예시했다.

신문은 그러나 스페인 경제의 완전한 회복은 "아직 멀었다"며 정부의 막대한 부채, 실업급여 지급과 은행 구제금융에 따른 비용 부담, 미약한 인프라 투자 등을 들고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분야에서도 그 이득의 분배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만 노동자들의 경우 최근 임금 삭감과 노조 미가입자의 고용을 받아들이는 양보를 하는 대신 일자리 3년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지하철 운행 노동자들도 저임금 문제로 단체 행동을 벌여 지하철 운행이 파행을 겪고 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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