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북한이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적·군사적 갈등을 연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시한탄을 안고 있는 러·미 관계'라는 제목의 글에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이에 대응한 러시아의 미국 외교관 무더기 추방 및 미국 외교자산 압류 조치 등을 배경과 함께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겠는가 하는 것은 두고 보아야 한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정세분석가는 이 문제(외교적 갈등)에서 러·미가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 분야에서 러·미 사이의 대치 상태는 지속될 것이고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정세분석가)의 공통된 견해"라며 "러시아 외교소유물 반환 문제는 러·미 두 나라 사이에 심각한 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매우 예민한 촉매제, 시한탄으로 되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언급한 '러시아 외교소유물 반환 문제'란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말기인 지난해 12월 말 미 대선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측 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정보와 관련해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러시아 공관 시설 2곳을 폐쇄하는 등의 제재를 가한 것을 말한다.
조선중앙통신도 지난달 27일 미·러 갈등 양상을 전하며 "미국이 독선적인 대외 정책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으로 하여 러·미 사이의 외교 분쟁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신문은 지난달 24일 '러시아를 압박하는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정세해설 기사에서 "미국은 러시아 주변 나라들에 무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하는 한편 해마다 나토 무력을 동원하여 흑해와 그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연습들을 빈번히 벌여놓으며 이 나라(러시아)를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만일 러·미가 지금처럼 계속 나간다면 종당(결국)에는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외교적 마찰을 연일 부각하는 것은 미국 의회가 최근 북한과 러시아, 이란에 대한 각각의 제재 법안을 하나로 묶은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을 통과시킨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러 갈등이 북·러 결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즐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입장에서 북한은 러시아가 자신들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심화하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냉전적 구도를 원하는 북한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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