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문 마지막 순서…'최순실 압력' 주장할까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일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지난 2월 말 재판에 넘겨진 이래 이 부회장이 혐의와 관련해 공개 법정에서 언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증언 거부권을 행사해 실질적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다. 뇌물공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 관계자 5명 가운데 맨 마지막 순서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과의 3차례 독대 과정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집중 확인할 계획이다. 독대 자리에 있던 두 사람 중 한 명의 입이 드디어 열리는 셈이다.
특검팀은 독대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 삼성그룹의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나 미르·K재단 출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 등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지원을 부탁한 적이 없고, 그에 대한 반대 급부로 정씨의 승마 훈련이나 최씨와 관계된 사업·재단을 지원한 게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씨에 대한 지원 과정에서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고, 최종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피고인 신문을 마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나 황성수 전 전무 등은 '올림픽을 대비해 지원해 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공익적' 목적으로 승마 지원을 계획했지만, 최씨의 변덕과 방해로 정씨 1인 지원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은 사실상 이번 재판의 '하이라이트' 다. 그만큼 특검과 변호인단이 상대방의 주장을 허물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고 나올 것으로 보여 밤늦게까지 치열한 신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애초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증인 신문 일정을 잡아놓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또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법정 대면은 사실상 무산됐다.
재판부는 3일과 4일에는 특검과 변호인단에 핵심 쟁점들에 대한 '끝장 공방'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 절차까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 사건의 심리는 7일 결심 공판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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