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가입해도 실제 배상금까지만…고의나 천재지변은 보장 안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살다가 저지르는 실수는 종종 금전적 손해를 동반한다.
커피를 쏟아 다른 사람의 옷을 더럽혔을 때,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주차된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깨트렸을 때, 길에서 부딪힌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가 떨어져 부서졌을 때, 애완견이 행인을 물어 다치게 했을 때 등 각양각색이다.
피해가 작아 핀잔만 듣고 정중한 사과로 넘어가면 다행이지만, 피해가 커 배상 책임이 뒤따르기도 한다. 운이 나쁘면 한 달 치 월급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때를 대비해 들어두는 게 배상책임보험이다.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 '가족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 '자녀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 등이 있다.
단독 상품보다는 손해보험사의 상해보험, 주택화재보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판매되는 게 일반적이다. 보험료는 월 1천 원 이하다.
금융감독원은 2일 배상책임보험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해서 빚어지는 사례를 들어 활용법을 소개했다.
우선, 중복으로 가입한다고 중복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일렬 주차된 차량을 밀다가 뒤차에 부딪혀 수리비 200만 원이 나온 경우, 배상책임보험 두 곳에 가입했다고 해서 4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각 보험사에서 100만 원씩 받는다.
다만 중복 가입으로 보장 한도는 늘어난다. 배상할 치료비가 1억6천만 원이라면 8천만 원 한도 배상책임보험 한 곳에 가입한 경우 나머지 8천만 원은 자신이 부담해야 하지만, 두 곳에 가입했다면 모두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다.
배상책임보험은 고의와 천재지변은 보장하지 않는다. 자녀가 친구와 놀다가 친구를 다치게 했다면 보험금이 나온다. 그러나 자신이 싸움을 벌여 치료비를 물어줘야 한다면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다.
금감원 이창욱 보험감리실장은 "회사나 상품마다 보장 범위가 다르므로 약관 내용을 충분히 살펴보고 가입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물이 새 아랫집에 도배비용 등을 물어줘야 한다면 배상책임보험의 보장 대상이다. 자가든 전세든 가리지 않는다. 반대로 자신의 소유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집, 가령 임대를 준 집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보장되지 않는다.
배상책임보험은 주택에 대해 '보험증권에 기재된 주택의 소유·사용·관리 중 발생한 배상책임'을 보장한다.
따라서 이사를 했다면 보험사에 이를 알리고 보험증권 상 주택 주소를 바꿔야 한다.
특약 형태로 가입하기 때문에 가입 사실을 모르거나 잊어버리는 이가 적지 않다. 이미 가입했는데 또 가입하는 것도 주로 이런 경우다.
금감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정보 포털 '파인(http://fine.fss.or.kr)'에 접속해 '보험가입조회' 코너를 보면 자신이 가입된 상품을 파악할 수 있고, 해당 상품의 보험증권을 확인해 배상책임보험의 포함 여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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