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보고서 지적…젊은층, 집 소유↓ 부모와 사는 사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가 주요국으로는 드물게 2000년대 후반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받지는 않았음에도 호주 일반 가정은 여전히 금융위기 전의 소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2년 이후 최근 4년간 가계 소득이 늘기는커녕 조금씩 계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멜버른대학교의 멜버른연구소는 최근 7천여 호주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례보고서 '2017 호주의 가정, 수입, 그리고 노동 동향'(HILDA)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호주 언론이 2일 보도했다.
연방 사회서비스부 의뢰로 2001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년 같은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또 유사한 조사 중 참여 대상 가정이 가장 많고 질문 내용도 가장 광범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일반 가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반영되기 직전인 2009년에는 중간값으로 7만7천411 호주달러(6천900만 원)를 벌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이 반영된 2010년에는 7만4천894 호주달러로 떨어진 데 이어 2011년에는 7만3천531 호주달러로 더 줄었다.
2012년에 7만7천157 호주달러까지 반등해 금융위기 이전까지 육박했으나 이후 매년 조금씩 줄어 가장 최근 기록인 2015년에는 7만6천225 호주달러(6천800만 원)를 버는 데 그쳤다. 금융위기 전보다 여전히 1천 호주달러 이상이 부족하다.
주요 저자인 로저 윌킨스 교수는 "가계 소득 증가가 멈췄다. 2012년 이후 보통 가정의 소득은 사실 조금씩 줄고 있다"라고 호주 ABC 방송에 말했다.
부의 불평등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장년층과 젊은층 사이에 두드러졌다. 이 경향은 심화하고 있으며 이처럼 연령에 따른 격차는 주로 집값에 따른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40세 이하 주택 소유자는 2002년 이후 36%에서 25%로 줄었다. 특히 시드니의 경우 이들 젊은층의 주택 소유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이들 젊은층이 주택을 소유했다고 해서 안도할 처지도 아니다. 이들 젊은층 주택 소유자의 부채는 2002년만 해도 16만9천 호주달러(1억5천만 원)였으나 2014년에는 배로 껑충 뛰어 33만6천 호주달러가 됐다.
윌킨스 교수는 "젊은층이 주택 소유나 재정 혹은 사회적 혜택에서 배제되는 것은 우려되는 일로 정책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젊은층 집 소유자를 늘리려면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사정 탓에 22~25세 젊은이들은 집을 떠나지 않고 부모와 사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001년부터 2015년 사이 이런 사례가 남성은 43%에서 60%로, 여성은 27%에서 48%로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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