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정호승 詩로 우회 비판…국민의당 "이성 레드라인 넘어" 맹비난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설승은 서혜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지도부가 연일 날이 선 공방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펴고 있다.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 국면에서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국민의당이 강력히 반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장군멍군'식 신경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의 검찰 수사 결과 당 지도부가 연루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지도부 연루 의혹을 제기한 추 대표를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고, 추 대표는 시(詩)를 활용해 국민의당을 향한 우회 비판을 이어갔다.
휴가 중인 추 대표는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호승 시인의 시 '나무에 대하여'를 올리며 "너무 쉬운 길 가려하지 말자"고 썼다.
그는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가 곧은 나무보다 더 아름답다'는 내용이 담긴 시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추 대표가 국민의당의 공격을 받는 자신을 곡절 많고 '외풍'에 시달리지만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에 비유해 심경을 표현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SNS 글은 국민의당 지도부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추 대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린 이후에 올라왔고, 추 대표가 지난달 31일에도 정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를 소재로 국민의당을 공격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회의에서 "추 대표의 분별없는 막말과 총기 난사 극이 청와대의 '대리사과'와 '추미애 패싱'을 가져왔다"며 "추 대표는 자신이 추구한 국민의당 파괴작전이 물거품이 되자 충격 때문인지 이성의 레드라인을 넘어 품위의 바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추 대표는 물론 '처첩 발언' 논란을 빚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동시에 겨냥하며 "양당제의 미몽에 젖어 휴가 중에도 막말 동맹을 맺은 것 같다"며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 "추 대표 같은 분이 집권 여당 대표로서 포용력을 갖고 잘할 수 있도록 이끌고 가줘야 하는데 저렇게 국민의당을 비난하는 대표 노릇이나 하고 청와대를 난처하게 하기 때문에 저런 분이 대표를 오래 하면 우리가 또 (추락한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비꼬았다.
국민의당은 전날에도 "자질이 부족하다는 단면"(박주선 비대위원장), "시대착오적 인식"(김동철 원내대표), "집권여당 대표가 아닌 국민의당 비난 전담 대표"(박지원 전 대표)라며 추 대표를 맹비난했다.
추 대표가 지난달 31일 검찰의 제보조작 사건 수사발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라는 시를 올리며 국민의당을 우회 비판한 것과 관련한 반응이었다.
추 대표는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 "국민의당은 아직 바닥이 싫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을 겨냥해 "민심과 배치되는 정당은 자연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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