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촌·식당가 뒤숭숭, 대학 폐교 후 타격 우려
교육부, 서남대 정상화 계획안 반려…폐교 수순 돌입
(남원=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서남대학교 학생, 교직원 덕에 먹고 살았는데 이제 어찌해야 할지…"
전북 남원의 유일한 대학인 서남대학교의 폐교가 기정사실화 한 2일 대학가 일대가 침통한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여름 방학 때문인지 인적이 드문 대학 주변 원룸촌과 식당가에 곳곳에는 문을 닫은 상가도 적지 않았다.
식당 앞에는 내부에서 꺼내 놓은 테이블과 의자가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았는지 일부 건물들은 낡고 음습하기까지 했다.
대학가 하면 쉽게 떠올리는 왁자지껄한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게만 느껴졌다.
상인들은 '서남대'라는 이름 석 자에 땅이 꺼지라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대학 후문 쪽에서 17가구의 원룸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입주한 학생들이 당장 '방을 빼겠다'고 할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고 말한다.
김씨는 "원룸에는 서남대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이들이 나가면 금전적인 손해가 막대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곳으로 유입하는 인구도 없을 텐데 건물을 놀리게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식당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학 정문 쪽에 있는 한 식당 안에는 손님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식당에 들어서서 6∼7번이나 큰 소리로 주인을 부른 뒤에야 가겟방 문이 슬그머니 열렸다.
손님이 낯선 눈치인 주인 장모(75)씨 역시 서남대 폐교 관련 소식을 들었는지 고개를 떨궜다.
장씨는 "서남대 폐교설이 돈 지는 이미 오래돼서 무감각해져 있었는데 어제와 오늘 뉴스를 보니 이제 정말 현실이 됐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남대가) 지역사회에도 많은 도움을 줬었는데 이곳에 교직원과 학생이 떠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산이라곤 달랑 이 식당 하나밖에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라며 혀를 끌끌 찼다.
뉴스를 통해 학교의 폐교 위기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나 교수들이 폐교에 대한 입장을 들려주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간호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려고 학교에 나온 송모(23)씨는 "학교 직원들이나 담당 교수 모두 학교의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면서도 "폐교되면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해야 할 처지인데 졸업까지 반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거지를 옮기는 등 다른 환경에 적응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 김모(23)씨는 "이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폐교설이 나돌았지만 정말 학교가 없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며 "4학년 입장에서 3년 7개월 동안 생활해 온 학교가 사라진다고 하니 씁쓸하다. 비리를 저지른 한 사람 때문에 학교 구성원 전체가 피해를 입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시립대와 삼육대가 상반기 제출한 서남대 정상화 계획안(인수안)을 모두 반려하고 재단비리로 위기를 겪어온 서남대의 폐교 수순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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