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담은)리어카 두고 못간다"는 노인 설득해 병원 이송 후 끌어다 줘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119 구급대원이 폐지를 줍다가 더위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대신해 병원까지 손수 리어카를 끌어다 준 사연이 알려져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일 울산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5시 30분께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신고지점인 중구 태화로터리 인근 도로변으로 유곡119안전센터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최모(70)씨는 차고 축축한 피부, 저체온증 등 온열 질환 증세를 보였다. 당일은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이 절정이었다.
구급대원들은 응급처치 후 최씨를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최씨는 "(폐지가 담긴)리어카를 두고 병원에 갈 수 없다"며 완강히 버텼다.
이때 권순재(31·지방소방사) 대원이 나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병원으로 먼저 가시면, 리어카를 끌고 뒤따라가겠다"고 최씨를 설득했다.
권씨의 말에 마음을 놓은 최씨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고, 권씨는 약 200m 떨어진 병원까지 직접 리어카를 끌었다.
애초 온열 질환이 의심됐던 최씨는 병원에서 검진 결과 뇌출혈이 확인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후 상태가 호전돼 현재는 일반병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원은 "건강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리어카부터 지키시려는 할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면서 "완전히 회복하셔서 건강하게 퇴원하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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