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같은 수요규제로 집값 못잡아" vs "당시와 시장 여건 달라 효과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2일 참여정부에 비견할 만한 초강력 부동산 규제를 내놓으면서 향후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쏠린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집권 5년간 '투기와 전쟁'을 선언하고 당시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잡기 위해 다양한 규제책을 내놨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와 종합부동산세, 분양가 상한제 등 대표적인 규제 3법을 비롯해 주택 실거래가 과세 도입,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까지 강력한 부동산 규제카드는 모두 참여정부때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강남 3구와 목동·분당·평촌·용인 등 7곳은 일명 '버블 세븐'으로 지목돼 정권의 집중적 규제와 공격의 대상이 됐다.
참여정부가 내놓은 8·31 부동산 대책은 두 달여 간의 준비기간이 말해주듯 부동산 규제 대책의 결정판이었다. 당시 '부동산 공개념'을 밑바탕에 두고 공급, 세제, 청약 등 모든 부분을 망라한 종합 대책이었다.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부세 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을 낮췄으며,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판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채권 입찰제를 도입도 이때 나왔다.
강남권 대체 신도시를 만들겠다며 판교에 이어 위례신도시 개발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집값 상승세는 하늘을 찔렀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간 서울의 아파트값은 78.88% 올랐고, 전국의 아파트값도 59.22% 상승했다. 특히 강남구는 105.15%의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11.3% 하락하고 전국 아파트값도 1.67%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참여정부가 과도한 규제에도 집값을 잡는데는 실패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이번 8·2부동산 대책은 규제들을 참여정부 시절로 원위치 시킨 것임은 물론, 당시보다 더 강력한 수요 규제가 추가된 때문에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것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이번 대책이 초강력 규제로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면서도 장기적 시장 움직임에는 "모르겠다,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좌시할 수 없는 척결 대상'으로 보는 문재인 정부의 이번 진단과 처방이 과거 실패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책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과거 참여정부때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재건축 거래를 묶고, 초과이익환수제 도입으로 재건축 사업이 아예 중단됐다가 박근혜 정부 이후 규제를 완화하면서 비로소 사업이 본격화되고,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던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로 단기적으로 집값은 안정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경험상 수요대책은 장기적으로 한계가 있고 효과도 크지 않았는데 이번 대책이 모두 수요 규제에 치중해 있다"며 "재건축 규제가 강화돼 도심 주택공급이 더욱 어려워지면 장기적 가격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때와 같은 가격 상승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일단 참여정부가 8·31 대책을 제외하고는 '찔끔찔금' 정책을 내놨다면, 이번 8·2 대책은 온갖 규제가 총 망라되고 강도도 센 종합처방이 한꺼번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과거와 같은 풍선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에서도 빠진 대구와 같은 일부 지역은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재건축 단지들은 거래가 가능해 일부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갈아타기 대출조차 옥죄어 놓은 상태여서 덕을 볼만한 곳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도 참여정부때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국감정원 채미옥 부동산연구원장은 "참여정부 때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률이 4∼5% 이상을 넘나드는 성장기였고 지금은 3%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동산은 경제여건과 상관관계가 높은데 지금은 여타 경제여건이 당시보다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정부 당시에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 신도시 개발을 하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하반기 이후 주택 입주물량이 급증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시기여서 기본 펀더멘털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실장은 "당장 집값 상승률만 비교해도 참여정부 때는 연간 상승률이 상당했지만 지금은 서울을 제외하면 5% 안팎의 안정적 수준"이라며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 등도 과거 고점 대비 약간 더 상승했을 뿐 분당 등 일부 지역은 당시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때와 같은 집값 급등보다는 오히려 내년 이후에는 침체된 시장을 살려야 하는 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현재 경제여건이 좋지 않고 입주물량도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의 강도가 주택거래를 동결시킬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세게 나왔다"며 "오히려 내년부터는 하우스푸어 대책, 미분양 대책을 내놔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조변석개식 냉온탕식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연구위원은 "집값 상승→규제→집값 하락→규제완화→집값 상승의 순환 구조가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규제를 하면 결국에는 다시 집값이 오른다는 내성이 생긴 것이 문제"라며 "정부는 급변하는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선량한 투자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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