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신문에서 직접 발언…"미전실 해체 최지성이 코치"
"회장님 쓰러진 뒤 그룹 대표하는 일 늘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이보배 기자 = 뇌물 혐의에 관해 처음으로 직접 입을 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미래전략실에 한 번도 소속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 전체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자신이 그룹 차원의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므로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 주장도 반박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또 미전실을 해체하겠다는 국회 청문회 발언이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의 '코치'를 받아서 나온 것이라며 스스로 미전실을 해체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일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속행공판을 열고 이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 신문은 이번 재판의 핵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대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이 직접 입을 연 것은 지난 4월 7일 정식 재판이 시작된 이래 넉 달 만이다. 이번 재판은 50회째 공판이다.
이날 재판에서 박영수 특검팀이 '미전실에서 어떤 업무나 역할을 했나'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미전실에 한 번도 소속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삼성전자 업무만 담당했다는 뜻인가"라고 재차 묻자, 이 부회장은 "처음부터 삼성전자 소속이었고 95% 이상 삼성전자와 이 회사 계열사 관련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전실과 자신의 관계, 서로의 역할에 관해 "회장님(이건희 회장) 와병 뒤로는 내가 그룹을 대표해 참석하는 행사나 업무가 조금 늘었고, 그때마다 미전실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인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변화에 관해서는 "삼성전자 일을 계속했으나 다른 계열사에 관한 관심, 책임감이 늘었다"며 "삼성전자 외 계열사도 공부하려고 노력했고, 중요 이슈가 있으면 임원들이 정보를 '업데이트'해주는 빈도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의 최순실 의혹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을 해체하고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최 전 실장의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미전실 존폐를 정하는 권한이 피고인(이 부회장)에게 있나"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청문회 휴정 때 최 전 실장과 통화했는데 '여론이 나쁘니까 계속 그런 얘기가 나오면 미전실을 해체하고 전경련을 탈퇴한다고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코치를 했다"고 답했다.
그런데 왜 메르스 사태 때 그룹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를 했느냐고 특검이 따져 묻자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 임직원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었다"며 '그룹 대표자'로서 의미를 부각하려는 특검 측의 공격을 피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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