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잊고, 미래로"…상호 협력 증진 나서기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랫동안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발칸 반도의 이웃 나라 불가리아와 마케도니아가 역사적인 우호 협정을 체결했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와 보이코 보리소프 총리는 1일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서 오랜 외교 갈등을 봉합하고, 양국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될 우호 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에 따라 불가리아는 마케도니아는 반목을 청산하고, 상호 협력 증진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불가리아가 답보 상태에 놓인 마케도니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가입 노력을 지지하기로 함에 따라, 마케도니아의 유럽 통합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양국은 또 이번 협정을 계기로 상대국에 적대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교과서 내용을 검토하는 독립적 위원회를 구성하고,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와 스코페를 잇는 열차 운영을 시작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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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에브 총리는 이번 협정을 "역사적인 것"이라고 칭하며 "두 나라와 발칸 반도의 정치적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리소프 총리는 양국의 우호 협정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과거만 바라보면 비틀거리고 쓰러지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기로 했다. 10년 안에 이번 협정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케도니아는 동쪽 국경을 맞댄 불가리아와 종교적, 역사적, 언어적으로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으나 영유권 분쟁과 소수 민족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상당 기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나라는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에 맞서 독립운동을 한 19세기 게릴라들의 국적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고, 마케도니아를 자국의 일부로 여기는 불가리아가 마케도니아어를 자국어의 방언으로 간주하는 정책을 펼치며 감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는 발칸 반도를 피로 물들인 내전에는 휘말리지 않았으나 코소보와만 우호 관계를 유지한 채 불가리아, 그리스, 세르비아, 알바니아 등 나머지 접경 4개국과는 긴장 관계를 형성해왔다.
2001년에는 전체 200만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수 민족인 알바니아계 주민과의 갈등으로 내전 직전까지 갔고,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며 세르비아의 반발을 샀다.
또, 국명을 둘러싼 분쟁을 겪고 있는 그리스의 강경한 반대로 최근까지 나토와 EU 가입이 좌절되고 있다.
한편, 불가리아 의회는 이번 우호 협정을 만장 일치로 승인했다.
반면, 지난 10년 간 정권을 잡았다가 작년 말 총선에서 야당으로 밀려난 마케도니아의 우파 정당 국내혁명기구(VMRO)는 이번 협정이 마케도니아가 불가리아에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협정을 의회에서 비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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