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성장 그늘에 가린 서민의 분노…"GDP는 그림의 떡"

입력 2017-08-02 21:05  

케냐, 성장 그늘에 가린 서민의 분노…"GDP는 그림의 떡"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오는 8일 대선을 앞둔 케냐는 지난 5년간 고속 성장을 이뤄냈지만,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두 달 전 케냐 역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로 수도 나이로비와 항구도시 몸바사를 잇는 총 길이 472㎞의 철도 개통식에 참석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팡파르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개통식에서 자신이 지난 2013년 대선 캠페인에서 다짐한 경제 분야 공약을 지켰노라고 큰소리쳤다.




케냐 서민들은 그러나 주식인 옥수수 가격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고 AF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대선에서 케냐타는 그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라일라 오딩가 전(前) 총리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로비에 있는 스탠더드 투자은행(Standard Investment Bank)의 프랜시스 므왕기 애널리스트는 "비록 빚으로 건설했지만, 나이로비-몸바사 철도는 케냐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표식"이라며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서민들의 애환이 숨어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취임 이래 가계소비 증가와 공공부문 투자에 힘입어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케냐타 대통령은 이번 대선 유세에서 주요 정책 공약으로 경제개발을 들고 나왔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케냐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늘어나는 국가 부채와 부패, 그리고 경제발전 혜택에서 소외된 서민과 빈곤층이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케냐도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지만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이들 국가와는 다른 면이 있다.

케냐는 부존자원이 적지만 정치적 안정성, 경제적 역동성, 그리고 성장 가도를 달리는 서비스 산업은 주목할 만하며, 케냐타 대통령은 그동안 공항, 도로, 교량, 신항만, 풍력과 지열 발전 등 많은 인프라 사업을 지켜봤다.

비록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갖춘 에티오피아가 최근 경제규모에서 케냐를 앞질렀지만, 세계 제1위의 차(茶) 수출국인 케냐는 숙련된 노동력, 빠른 인터넷 속도, 그리고 건실한 기업가 정신으로 여전히 동아프리카의 가장 역동적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아르만도 모랄레스 케냐 지국장은 인접국 소말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2013년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로 한때 관광객이 줄었지만 이후 방문객 숫자가 회복됐다면서 "그(테러) 사건에도 케냐 GDP는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인 데다 비즈니스 환경도 개선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업적을 케냐타 대통령의 공으로만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케냐타 정부의 경제정책은 때마침 하락한 국제유가의 덕을 본데다 전임 대통령들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어 케냐타의 앞마당에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나이로비 국립대학의 개발전문가인 위니 미툴라 교수는 "지방분권화 정책의 시행으로 지방정부 예산이 늘어나 지역 주민들이 보건분야에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우물과 댐 건설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케냐타 재임 기간 주로 중국이 참여한 공공부문 신규사업 증가로 부채가 GDP의 50%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현지 애널리스트인 알리-칸 사츄는 "케냐는 공공부문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투자에 대한 혜택을 누릴 때이며, 후속 투자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케냐타가 경제발전에 공을 세웠지만 부패 척결에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사츄는 "케냐 사회에 부패가 얼마나 깊이 뿌리박혔는지 알 수 없다"며 "부패는 경제성장을 갉아먹는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냐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보라. 부패로 인해 돈이 빠져나가지 않았다면 케냐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지 상상해 보라"라고 말했다.

스탠더드의 므왕기 애널리스트는 "어쩌면 케냐타에게 향하는 가장 큰 비난의 화살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물론 많은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제조업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케냐는 또 작년 말부터 닥친 가뭄으로 농업 생산이 줄고 생산자들은 가격이 오를 때만을 기다린 데다 정부의 대응이 늦어 결국 서민들만 타격을 입었다.

주식인 옥수숫가루 한 봉지(2kg)가 불과 1년새 거의 두 배 오른 180실링(한화 2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몇몇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를 보면 식품 가격이 케냐인들 사이에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츄는 "케냐에는 이런 말이 있다:'GDP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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