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하반기 분양일정 조정 검토…오피스텔 인기하락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1순위 자격요건 강화, 가점제 적용 대상 확대 등 청약제도 개편이 포함되면서 한여름 비수기에도 뜨겁게 달아올랐던 청약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다만 청약제도 정비가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1순위 요건을 충족하는 장기 무주택자의 경우는 이번이 '내 집 마련'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약시장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다주택자' 사실상 배제
정부가 내놓은 '8·2 대책'을 보면 오는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청약 1순위 자격요건이 강화되고 가점제 적용이 확대된다. 또 '분양권 쇼핑'을 막기 위해 가점제 당첨자와 그 가구원에 대해 2년간 가점제 적용을 배제하는 재당첨 제한 제도가 전국에 도입된다.
11월 입주자 모집공고분부터는 지방의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설정된다.
정부는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함께 하반기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분양권 전매제한과 우선 분양 요건 등을 강화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에 강화되는 청약제도를 적용받는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8월 이후 분양 물량)는 ▲ 서울 40개 단지 4만2천75가구 ▲ 경기 28개 단지 2만6천683가구 ▲ 세종 7개 단지 6천873가구 ▲부산 14개 단지 1만7천834가구 등 총 89개 단지 9만3천465가구에 이른다.
특히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강남포레스트(8월),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10월),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롯데캐슬(11월) 등 고분양가가 예상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의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같은 기간 비규제지역에서는 167개 단지 14만8천485가구가 분양한다. 여기에는 경기, 부산 내에서도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의 분양 물량 6만7천여가구가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하반기 분양 계획이 잡힌 오피스텔 물량은 총 2천159실로 집계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영등포구 문래동 롯데캐슬뉴스테이(9월), 서초구 서초동 서초아이파크(미정),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꿈에그린(미정) 등이 분양되는데 이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동일하게 입주 시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정부의 이번 청약제도 정비는 다주택자들의 분양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단기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청약 수요가 차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시장은 앞으로 굉장히 쉽지 않아질 것"이라며 "투기과열지구의 전매 규제 강화, 입주권 거래 금지, 가점제 비중 확대, 청약 1순위 요건 강화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분양 시장을 통해 집을 사기는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특히 전매 규제 외에 중도금 집단대출도 가구당 2건 이상 못하게 막히고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봉쇄돼 환금성이 떨어지고 청약 1순위 요건이 굉장히 강화된 게 사실"이라며 "다주택자나 가점이 낮은 사람은 유망사업지 당첨이 쉽지 않아 당장 이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사 "청약수요 둔화" 걱정…전문가 "무주택자 내 집 마련 기회"
건설업체들은 이번 대책이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나선 가운데, 청약수요가 줄고 계약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은 5월 '장미 대선'과 6·19 대책 발표로 미뤄왔던 공급을 하반기, 특히 가을철 성수기로 대거 잡아놓은 상황에서 '초강력 규제'가 나오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분양 시장에 타격이 매우 클 것 같다"며 "당장 청약 경쟁률이 떨어질 것 같고 당첨되더라도 실제 계약까지 하는 경우가 적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투기과열지역에서 오피스텔에 전매 금지가 적용된 점도 건설사들은 걱정스럽다. '투자상품'으로 인식되는 오피스텔의 전매가 금지되면 청약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일단 청약제도가 강화되는 9월 이전까지 최대한 앞당겨 아파트 분양 물량 공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11월을 기점으로 분양권 전매 규제가 강화되므로 부산, 대구 등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밀어내기 분양'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은 분양일정 조정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강남권 분양예정 사업지들은 당장 분양가격 결정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심리 위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건설사들로선 된서리를 나서서 맞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청약 일정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청약제도 개편이 무주택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청약가점제 물량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 무주택자의 경우는 기존 매매보다 분양 시장을 노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1건으로 제한돼 추가적인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지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점은 주의해야 한다.
함영진 센터장은 "무주택자, 가점이 높거나 분양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기다려온 분들은 당첨확률이 굉장히 높아졌다. 대신 돈이 없으면 청약시장에 뛰어들기는 어려워졌다"며 "여유 자금이 있다면 유망 물량에 당첨확률이 높아진 효과가 있으니 분양 시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환금성이 떨어지고 청약자격이 까다로워졌으므로 1순위 요건을 확인해 부적격 당첨을 방지해야 한다"며 "자금 마련, 중도금 마련 계획도 꼼꼼히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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