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의중 여전" 관측에도 반대 예상보다 많아…일각 "선회도 고민"
오전 11시 발표 유보…동교동계 등 호남민심 관건, 다른 주자도 반대
"중도정체성 확고히" vs "너무 위험, 상처만"…당내 세력대결 양상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기로 가닥을 잡았음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막판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3일 오전 중에 공식입장 발표를 추진하다 이를 미루고 고민을 거듭하자 일각에서는 전대 출마 행보가 '주춤'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당권주자나 당 지도부, 원내를 중심으로 반대가 예상보다 많았던데다 동교동계가 '집단 탈당'까지 거론하는 등 여론도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혁신 의지를 부각하고 중도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여전히 출마를 염두에 둔 모습이지만, 자칫 여론악화와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질 경우 당의 존립이 뿌리부터 위협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다른 당권주자 진영은 물론 당내 호남파와 비호남파, 친안(친안철수)파와 비안(비안철수)파마다 각각 다른 주장을 내놓으면서, 안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감지된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애초 이날 오전 11시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권도전 여부를 공식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하루 앞둔 2일 안 전 대표는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천정배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김한길 전 대표를 연이어 만났다.
여기에 박지원 전 대표와도 회동하고 초선의원 8명과 만찬을 하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이 때만 해도 안 전 대표는 사실상 전대 출마 결심을 굳힌 모습이었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이들을 만나 당권도전 찬성파로부터 들은 전대 출마 명분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초선모임의 한 참석자는 "안 전 대표가 얘기한 것은 세가지였다"며 "우선 당이 비상상황인 만큼 지금은 확실한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 지방선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 제3당으로서 중도노선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안 전 대표의 예상보다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안 전 대표의 발걸음도 주춤하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권주자 가운데 천 전 대표는 "이번에 출마하지 말고 저를 도와달라"는 뜻을 전달했고, 정 의원 역시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역시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안 전 대표가 나오면 다 죽는 길"이라며 반대했다.
호남 민심도 변수다.
당내 일부 호남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밝힌 가운데 동교동계 역시 강력히 반발하며 일각에서는 "탈당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악에는 안 전 대표의 출마가 호남 인사들의 원심력을 강화하며 집단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안 전 대표로서는 결심을 끝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당사에서는 실무자들이 공식발표 회견을 준비하다 중단했다.
안 전 대표의 결심이 늦어지면서 당내에서는 '등판론'과 '자숙론'을 두고 충돌하는 등 세력간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특히 호남파와 비호남파, 친안파와 비친안파 등으로 갈리면서 각각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등 이전투구 양상까지 감지되고 있다.
비호남파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호남지역의 반발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호남파에서는 "안 전 대표가 당의 근간인 호남 민심을 너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이번 충돌을 안 전 대표가 출마 이유로 강조하는 '확고한 중도노선'을 둘러싼 힘싸움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극우'와 '극좌'를 극복할 개념으로 '극중론'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바른정당과의 중도보수 연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대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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