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땅 팔레스타인에서 노래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입력 2017-08-03 14:06  

절망의 땅 팔레스타인에서 노래로 희망을 쏘아 올리다

영화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무함마드 아사프는 팔레스타인 가자 난민 지구에 사는 소년이다. 노래를 좋아하는 그의 꿈은 누나와 함께 카이로의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서는 것.

하지만 이스라엘과의 오랜 갈등으로 황폐해진 가자 지구에서는 악기 하나 구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설상가상 가난 속에 누나에게 불어닥친 불행은 그의 꿈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하지만 그는 가수로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청년이 된 아사프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권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에 다시 나선다. 그는 철조망으로 봉쇄된 국경을 탈출하고 아슬아슬하게 오디션 현장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고비의 순간마다 그를 구해준 것은 심금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였다.

오디션에 참가한 그는 '아랍의 톰 크루즈'라 불릴 정도로 훤칠한 외모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단번에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없이 치솟는 고음이 특징인 그는 '가자에서 온 최고의 로켓', '평화를 위한 로켓'이라고 불리며 팔레스타인 주민의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은 2013년 중동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랍 아이돌'에 출연해 팔레스타인 난민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무함마드 아사프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천국을 향하여', '오마르' 등에서 팔레스타인의 사회상을 깊이 있게 다루며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던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사프의 유년 시절을 그린 영화 전반부는 인상적이다.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한 아사프와 그의 누나 누르는 결혼식 축가를 부르고 코란 낭송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간다. 밀수업자로부터 악기를 구하려다 돈을 빼앗기고 초상집 앞에서 공연하다 물벼락을 맞기도 하지만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에서 꿈과 미소를 잃지 않는 아이들의 성장기는 빛을 발하면서 영화를 활기차고 밝은 느낌으로 끌어간다.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은 가자 지구의 현실을 사실감 있게 담아내기 위해 오디션을 통해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가자지구의 어린이 5명을 캐스팅하고 현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가자 지구에서 촬영이 허가된 기간은 단 사흘뿐이었다. 아이들이 주요 촬영지였던 요르단 서안지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인상적인 전반부에 비해 아사드가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후반부는 매끄럽지 못한 전개로 아쉬움이 남는다. 아사드가 예선과 본선을 거쳐 최종 우승하게 되는 과정 중 많은 부분이 생략되면서 극의 흐름이 툭툭 끊기고 잠깐씩 등장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장면도 긴장감 없이 연출돼 영화가 초반의 힘을 잃으면서 감동도 반감되는 느낌이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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