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팀회의서 강력 요구…국방 수뇌부에 대한 불만 표시
매티스 국방장관 반발로 결론 못내려, 불씨는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반군 탈레반 세력 등을 상대로 '충분한 승전보'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현지 미군 총사령관의 해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NBC 방송, 더 힐 등 미언론은 복수의 미 행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국가안보팀 회의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존 니컬슨 대장의 해임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2일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이 회의에서 트럼프가 "미군이 아프간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패배만 하고 있다"며 배석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니컬슨 사령관의 경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 회의에서 트럼프는 또 배석한 국방 보좌진을 비판했으며 수개월 전 아프간전 승리를 위해 군에 재량권을 줬지만, 오히려 영토를 잃고 있다며 매티스 장관에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게다가 1980년대 초 뉴욕의 한 고급식당이 경영 개선을 위해 고액연봉의 고문을 영입했지만, 결국 적자만 기록하고 문을 닫은 사례를 들며 아프간전 상황과 관련한 현 안보 보좌진의 조언에 불만을 표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트럼프는 특히 1조 달러(1천127조 원)대로 추산되는 아프간 매장 광물 채광과 관련해 중국과 달리 미국은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은 10년 전 미국의 지원으로 아프간 내 채광권을 확보했으며, 이후 수도 카불 외곽에서 주석을 캐내고 있다. 트럼프는 이에 따라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 니컬슨의 즉각 경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매티스는 명확한 대(對)아프간 전략이 없어 탈레반, 알카에다 등 반정부 무장세력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니컬슨을 옹호했다. 던퍼드 의장도 니컬슨 사령관의 지휘 역량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을 해소시키기 위해 두 사람 간의 면담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아프간 전략에 대한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회의실을 떠났으며 회의 참석자들은 망연자실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니컬슨은 올 2월 아프간에서 전투가 교착상태라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천 명의 추가병력 파병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갓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트럼프와 니컬슨은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MSNBC와의 회견에서 니컬슨 사령관이 탁월한 지휘관이라며, 니컬슨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도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아프간 주둔 연합군은 미군 8천400여 명을 포함해 1만3천300여 명 규모다. 미군 병력은 6천800여 명이 군사 자문과 지원 임무를, 나머지는 대테러전 임무를 각각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 아프간 내전을 종결하고 주둔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려고 했지만 임기 말까지 탈레반 세력이 약해지지 않으면서 8천400명을 잔류시켰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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