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86일만 정치재개…주위 만류에도 'GO', "명분없다" 비난도
安 "제3당 없어지면 내 미래 없어"…민주당 흡수론·호남파 장악론 의식
중도노선 속 바른정당 연대론…당내갈등·지방선거 등 난제 '첩첩산중'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대선 패배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갖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권 도전이라는 '정치적 배수진'을 쳤다.
안 전 대표는 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조기대선에서 패배한 지 86일 만에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문준용 씨 의혹 제보조작' 파문 등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안 전 대표로서는 검찰로부터 제보조작 사건에 무관하다는 '면죄부'를 받은 직후 논란을 무릅쓰고 모험에 나선 셈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중도주의를 극대화한 '극중(極中)노선'을 표방함에 따라 자신의 정치적 존립기반인 제3세력을 지켜나가며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론과 제보조작 사건의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당권 도전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결과적으로는 당권을 잡기 위해 당내갈등을 촉발했다는 비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출마를 바라보는 여론이 곱지 않은 가운데 당 재건에 실패하거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호남파의 黨장악·민주당 흡수론' 위기의식에 '극중노선' 천명 = 대선 직후만 해도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점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제보조작 사건이 터지자 당 안팎에서는 '자숙론'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원외 지역위원장 사이에서 출마 촉구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지난달 27일께부터는 당권 도전을 심각하게 고려해왔고, 결국 이날 정오께 최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극좌나 극우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하지만, 극중주의도 있다.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중도노선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양당체제를 극복한 '제3당 실험', 극단의 정치를 배제하는 '중도주의'가 자신의 정치적 존재 기반인 만큼, 당장 이번 전대를 통해 이 노선이 흔들린다면 뒤를 모색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당내 인사들을 만나서도 "제3당, 국민의당이 없어지면 나에게 정치적인 미래가 있겠느냐"며 "지금 해야 할 일은 지금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선을 생각하면 출마를 안 하는 것이 맞지만,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외면할 수 없지 않으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지방선거 패배로 당의 존립이 어려워진다면 그 뒤의 대선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른바 '호남파'에게 당이 접수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선 패배 이후 안 전 대표 측과 호남 세력은 갈등 관계를 유지했고, 안 전 대표 측에서는 이대로 두면 '호남파'로 인해 안 전 대표의 입지가 대폭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공연하게 나왔다.
나아가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가 안 전 대표 주위에서 나왔다는 점 역시 출마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다.
◇ "생각에 동의하는 정당과 함께 뜻 관철"…바른정당 연대론도 거론돼 = 안 전 대표 주위에서의 바른정당 연대설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전 대표의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칫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흡수될 수 있다"면서 "차라리 바른정당과 손잡고 중도·보수 제3세력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너무 앞서간 얘기"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 생각에 동의하는 정당과 함께 정기국회서 뜻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안 전 대표는 '중도 정체성' 확립을 내걸고서 당심을 얻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을 쥔다면 중도·실용 노선을 바탕으로 국민의 지지를 회복,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해 기사회생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강도높은 개혁을 통해 당을 재빠르게 정비하겠다는 것이 안 전 대표의 구상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선 이후 내홍 과정에서 당의 정체성에 반하는 발언을 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제3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고강도 인적쇄신을 비롯한 재창당 수준의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6일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후 구상을 설명할 계획이다.
◇ 약 아닌 독 될 수도…'명분 없다' 비판에 당내 갈등 점화 = 이번 전대 출마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 모두에게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당장 이날 안 전 대표의 출마선언에 대해 현역 의원들을 바탕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한분 한분 만나 뵙고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화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탈당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 기반인 호남 인사들의 반발은 이후 당분열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냉정하다는 것 역시 극복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차가운 여론을 돌리지 못해 지방선거 패배로까지 이어진다면 안 전 대표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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