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투기수요를 강력히 억제하는 내용의 8·2 종합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규제가 지나치게 강해 내집마련을 하려는 맞벌이 등 실수요자도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2 대책을 통해 서울과 세종 등지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 묶이는 등 무거운 대출 규제가 가해졌다.
정부는 서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주택 가구주와 부부 합산 연소득 6천만원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LTV와 DTI에서 10% 포인트 완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맞벌이 신혼부부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서울 동대문구의 전셋집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아내도 직장에 다녀서 부부 합산 소득이 6천만원을 넘는다"며 "그렇다고 나는 정부가 의심하는 투기수요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과 과천, 세종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 아파트의 가점제 비율이 기존 75%에서 100%로 높아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크다.
서울에 살다가 남편의 직장 때문에 세종시에 내려와 사는 주부 최민수(39.가명)씨는 "앞으로 서울이나 세종에서 소형 아파트 청약을 받으려면 1순위가 돼야 한다는 뜻인데, 어디든 청약은 포기하는 것이 마음 편할 거 같다"고 말했다.
당초 투기과열지구가 서울 강남 등지에만 지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데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서울 봉천동에 20여년째 거주 중인 회사원 박모(44)씨는 "관악구가 언제 투기수요가 몰리는 곳이었는지 몰랐다"며 "이곳에서 집을 사도 강남 사람들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됐다는 것이 유쾌하진 않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대책이 너무 신혼부부 위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규제 위주의 8·2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 공급 강화책도 일부 발표했는데,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단지인 신혼희망타운'(가칭) 5만호 공급 계획이 포함되기도 했다.
미혼인 직장인 문모씨는 "요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웬만하면 신혼부부 위주인 것 같다"며 "이번 대책에 독신도 실수요자라면 혜택을 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길 바랐는데 그런 내용은 없어 조금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신규 민영주택을 공급할 때 오랫동안 무주택자로 장기간에 걸쳐 주택마련을 준비한 실수요자가 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예외조항을 마련하고 가점제 등 청약제도를 개편했다"고 해명했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