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못해 '러 제재 법안' 서명한 지 하루만에 거듭 불만 표출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사상 최악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며 이를 의회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서 "우리와 러시아 관계는 매우 위험하며 사상 최저 수준이다"라며 "우리(국민)에게 건강보험조차 줄 수 없는 바로 그 사람들인 연방의원들에게 감사라도 해야하나"고 말했다.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조차 폐지하지 못한 의회가 미·러 관계까지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연방 상·하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한 러시아 제재 법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미·러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의 의회 지도부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의회는 러시아의 지난해 대선 개입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여기에는 '러시아는 적(敵)'이라는 인식이 깔렸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이 러시아 국영기업의 미국과 유럽 지역 사업을 제한하는 새 제재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이 함부로 러시아 제재를 완화하거나 정책을 변경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그는 전날 법안에 서명하면서도 "의회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체하는 위헌 조항을 포함했다"며 "법안은 큰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법안이 발효되자 러시아는 "어린애에게 화내지 않는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에 마침표를 찍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가 굴욕적으로 의회에 굴복했다. 새 제재는 트럼프의 기를 꺾고 결국 그의 힘을 제거하려는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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