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기시다 차기 밀약설·차기 주자 개헌설 등 설왕설래
기시다·노다·이시바 경쟁구도에 아소 부총리도 '호시탐탐'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개각과 당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사학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급락 정국 타개에 나섰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3기 9년' 장기집권이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그가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옮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에게 차기 총리직을 넘겨주기로 했다는 밀약설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그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하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는 점이 큰 요인이다.
실제 그의 지지율은 2012년 2월 2차 총리 취임 이후 70% 안팎의 고공행진을 해왔다.
그러나 올들어 자신과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며 26%(7월 21~23일 마이니치신문 조사)까지 추락했다.
문제는 지지율 추락이 아베 정권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 아베 총리 개인과 관련된 사학스캔들이 주요인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개각 등을 통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해도 아베 총리에 등을 돌린 민심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요미우리신문은 4일 "아베 총리가 개각을 통해 내각 지지율 회복을 도모하고 있지만, 지지율 하락 경향이 계속되면 내년 9월에 열리는 차기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연속 3차례 당선되는데 경고등이 켜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민당은 아베 독주 체제가 공고하던 지난 3월 종전 '연속 2기 6년'으로 제한했던 총재 임기를 '연속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당 규정을 확정했다.
사실상 아베 총리가 2021년 9월까지 당 총재 및 총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개정이었다.
그러나 사학스캔들로 인한 아베 총리의 지지율 추락, 여기에 지난 7월 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의 자민당 참패가 이어지면서 이런 분위기가 급변했다.
자민당내에서는 "이대로면 아베 총리와 함께 자민당이 침몰할 것"이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내년께 열릴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 기반이 약한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기시다 정조회장이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을 총리로 옹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와 기시다 정조회장간의 차기 밀약설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시바 전 지방창생상 진영에서는 "아베 총리와 기시다 정조회장이 총리직 이양이라는 밀약을 맺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개각에서 기시다 정조회장의 계파 출신 인사가 4명이나 기용된 점, 또 아베 총리가 전날 개각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정조회장에 대해 "장래 일본을 중심에서 짊어질 인재"라고 호평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대신 자신의 정치적 과업으로 제시해 온 개헌을 기시다 정조회장 등 차기 주자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와 거리를 두고 있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신임 총무상도 내년 총재선거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어서 주목된다.
그는 전날 기자들에게 "내년 총재 선거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다 총무상은 2015년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맞붙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막판에 접은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지지율 급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노다 총무상이 내년도 총재선거 출마 방침을 분명히 함에 따라 향후 여권 차기 주자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베 총리가 이번 개각을 통해 하락 추세인 지지율 곡선을 되돌리는데 성공할 경우엔 내년도 총재선거까지 출마하면서 차기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엔 기시다 정조회장, 노다 총무상, 이시바 전 지방창생상 등 3명의 주자, 그리고 아베 총리에 이어 2차례 총리직을 꿈꾸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도 차기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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