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대 흑인인권단체, 미주리주에 첫 '여행주의보' 발령

입력 2017-08-04 11:43  

美최대 흑인인권단체, 미주리주에 첫 '여행주의보' 발령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최대 흑인 인권운동단체 '전미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미 중서부 미주리 주의 인종차별 실태와 입법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사상 첫 '여행주의보'(travel advisory)를 발령했다.

NAACP는 3일(현지시간) "미주리 주에서 인종적 편견이 촉발한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최근 주의회가 인종차별 소송을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는 법을 제정했다"며 미주리 주 전역에 여행 경계령을 내렸다.

NAACP는 "미주리 주를 여행하거나 특정 목적으로 방문하는 흑인은 물론 미주리 주에 거주하는 흑인들도 극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가급적 미주리 주 체류를 피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주리 주는 오래전부터 인종·성별·피부색 등에 근거를 둔 범죄가 계속돼왔다"며 "가족·직장동료 등에게도 미주리 주 방문 시 안전에 특히 유념할 것을 각인시켜달라"고 강조했다.

미국공영라디오(NPR)는 NAACP 본부가 특정 주를 대상으로 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원래 여행경보·여행주의보는 미 국무부가 세계 전 지역을 대상으로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발령하는데, NAACP는 이 형식을 빌려 흑인 행동지침을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AACP는 에릭 그레이튼스 미주리 주지사가 최근 서명한 차별소송 요건 강화 법안을 흑백 인종 분리를 합법화한 '짐 크로 법'(Jim Crow laws·1876~1965)에 비유했다.

미주리 주의 새 법은 직장에서 해고된 직원이 고용기회 평등권 위반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인종·종교·성별·나이가 해고의 주원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도록 한 법이다. 지지자들은 "고용주들이 끝없는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줄 것"이라며 반기고 있으나, 반대파들은 "고용인이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기 어렵게 됐다"며 낙담하고 있다.

미주리 주는 지난 2014년 8월 세인트루이스 북부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 10대 흑인 마이클 브라운(당시 18세)이 경찰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진원지가 됐다.

2015년 말에는 미주리대학 총장이 학내 인종차별을 방치했다는 비난을 안고 사임했고, 백인 학생이 흑인에 대해 살해 협박을 가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올 초에는 지적 장애가 있는 테네시 출신 흑인 토리 샌더스(28)가 운전 중 휘발유가 떨어져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구속돼 감옥에서 숨진 사고가 발생, 다시 한 번 흑인사회의 분노를 샀다.

주 검찰은 지난해 미주리 주에서 경찰이 교통 단속 또는 검문을 이유로 흑인 운전자의 차량을 멈춰선 사례는 백인 운전자에 비해 75%나 많았다고 밝혔다. 검찰 확인 결과 실제 불법 밀수품이 발견된 차량의 운전자는 흑인보다 백인이 다수였으나. 체포 사례는 흑인이 절대적으로 더 많았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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