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간 전쟁' 등 보복 폭행 우려…경찰 "동향 예의주시"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대전지역 폭력조직(이하 조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심야 시간대 식당가 골목에서 다른 조직 조직원을 집단폭행하는 등 잇단 세력·이권 다툼을 벌이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
4일 오전 3시 30분께 대전 서구 월평동 식당가 한 골목에 그랜저 등 차량 3대가 제네시스로 추정되는 승용차 1대를 앞뒤로 가로막았다.
이후 그랜저 등에서 내린 건장한 청년 10여명은 둔기로 승용차 앞유리와 본체를 마구 부수기 시작했다.
A파 조직원들인 이들의 범행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A파와 갈등을 빚고 있는 B파 조직원인 C(25)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골목에 들어서자 조직적으로 앞과 뒤로 접근해 가로막은 것이다.
차량을 부수며 위협을 가한 이들은 차 문을 열어 C씨를 차량 밖으로 끌어내린 뒤 둔기로 마구 폭행했다.
당시 C씨 차량에는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속칭 '보도방 도우미' 3명이 타고 있었다. 이 여성들은 A파 조직원들이 둔기를 휘두르는 사이 차에서 내려 피신했다.
집단폭행이 일어난 곳은 늦은 시간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유흥가 인근이다. 이들의 범행을 오토바이 배달 종업원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목격했다. 이들은 3분여 동안 C씨를 폭행한 뒤 타고 온 차량을 끌고 다시 유유히 사라졌다.
C씨가 치료받는 병원 응급실에도 몸에 문신한 B파 조직원 10여 명이 몰려와 일반 환자와 보호자, 간호사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몸에 한 문신이 한눈에 보이니 조폭인 것을 알았다"며 "난동을 부리면 처벌받는 줄 알아서인지 소리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응급실을 조폭들이 들락날락하다 보니 불안했다"고 전했다.
A파와 B파는 수년 전부터 최근까지 세력 다툼 및 위력과시를 위해 조직원 간 집단폭행을 일삼고 있다. 이날 사건을 계기로 A파에 대한 B파의 보복 폭행과 속칭 '조폭 간 전쟁'마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폭력조직원과 추종세력 70여명이 기소돼 한꺼번에 한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7월 상대 조직원에 대해 집단 보복 폭행을 하려 하거나 기강을 잡기 위해 후배 조직원을 때리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유성구 봉명동 유흥가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상가 앞에서 조폭이거나 추종세력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 6∼7명이 도열한 상태에서 고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기강을 잡으려는 듯 이들의 정강이를 차고 욕을 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상점에 있던 고객들과 주민들은 이들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불안에 떨어야 했다
각종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검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보도방 연합회를 결성해 가출한 10대 등을 노래방 도우미로 공급하고 대포차를 불법유통시키고 인터넷 중고차 판매사이트에서 판매한 조폭들이 무더기로 검거된 것이다.
지난해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도방 연합회를 구성해 도우미를 공급하고, 보도방 업주들을 협박해 돈을 챙긴 혐의(공갈 등)로 대전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 3개 파 조직원 52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가출한 10대 등 남성·여성 도우미 530명을 서구와 대덕구 일대 유흥주점에 독점 공급해 알선비 등 명목으로 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99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심야 폭행 사건도 도우미 공급 등 이권을 놓고 대립해 온 조폭들이 충돌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결국 세력 확장과 이권을 놓고 다투는 것"이라며 "사건 현장 주변을 탐문하는 한편 조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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