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고객, 금감원 민원 제기 이어 사법기관 고소 예정
농협 "직원 개인정보여서 공개 안 돼", 금감원 서류 제출도 안 해
(함양=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경남 함양농협이 대출 내용 등 고객의 개인정보를 1천700여 차례나 무단조회한 사실이 밝혀져 말썽이다.
농협 측은 해당 고객의 항의에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서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함양에서 식품 관련 사업을 하는 A(51)씨는 10여 년 전부터 함양농협 본점과 지점 등에 4∼5개 계좌를 개설해 사용하고 있다.
A씨는 2012년 우연한 기회에 농협 직원들로부터 '00일날 00에 갔다 왔지'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의 동선을 이들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심한 A씨는 농협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자신 명의 계좌조회기록을 신청했고 농협에서 받은 로그인 기록에서 900여 건이 조회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협은 개인정보를 조회할 때 본인의 동의서를 받고 있다.
농협은 계좌 보유 고객들에게 공제 가입을 권유하거나 예금 유치 등 마케팅을 위해 고객 동의서를 받아 정보를 열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협은 A씨에게 단 한 장의 동의서도 받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농협 직원이 찾아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 A씨는 그냥 넘겼다.
그러나 농협은 재발 방지 약속을 어겼다.
2014년 A씨는 낚시를 가다가 농협 직원으로부터 '00시 철물점에서 00 만원어치를 샀지'라는 말을 듣고나서 지난 1년여간 계좌조회기록을 또 신청했다.
농협에서 받은 로그인 기록 800여 건에 함양농협 본점과 백전·교산 등 지점에서 신용카드 사용 내용에다가 하이패스 결제 내용까지 조회한 것이 기록돼 있었다.
A씨는 지인들로부터 '00에 왜 갔느냐?'라는 질문을 듣는 등 사생활을 침해 당하는 피해를 봤다.
A씨는 금융감독원에 무단조회자 처벌을 원한다는 민원을 냈다.
금감원 조사가 진행되자 농협의 한 간부가 찾아와 조회자 신상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 취하했다.
그런데 농협은 '농협 직원의 개인정보여서 신상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등 변명을 늘어놓다가 급기야 '알고 싶으면 다시 민원을 넣어라'라고 태도를 바꿨다.
화가 난 A씨는 지난달 1천700여 건의 무단조회기록을 모아 금감원에 다시 민원을 제기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농협은 금감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
A씨는 "'(금감원에서)농협에서 자료가 오기 전에는 어떻게 처리될지 알려 줄 수 없다'라고 말해 농협이 금감원에 자료조차 보내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7일 A씨는 "농협에서 사생활과 권익을 침해하고도 반성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양농협 직원들을 고소하겠다"라고 말했다.
함양농협 감사팀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서 감사를 벌이겠다며 민원 관련 자료를 요구해 현재 조사 중이다"라며 "중앙회의 감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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