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검찰서 "내가 어떻게 이재용 질책하나…어이없다"

입력 2017-08-04 22:01  

박근혜, 검찰서 "내가 어떻게 이재용 질책하나…어이없다"

특검, 이재용 재판서 조서 일부 공개…삼성 "일부는 변호인 의견 부합"

朴 "문화·체육 지원에 관심 가져 달라 해…재단 지원 얘기는 안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황재하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의 2차 독대 자리에서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주장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용은 박영수 특검팀이 4일 열린 이 부회장의 52회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신문조서 일부를 공개해 드러났다.

특검팀은 애초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신문할 예정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되자 이 부회장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검찰 단계에서 조사할 때 작성한 진술조서 일부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특검팀이 공개한 박 전 대통령의 조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이 부회장은 2차 독대 자리에서 대통령이 '삼성의 승마 지원이 한화보다 못하다'고 질책했다고 한다"고 묻자 "어이가 없다. 어떻게 내가 그런 말을 하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끈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가 어떻게 이 부회장을 질책하나. 제가 제의해서 승마협회를 맡았는데, 제가 고맙게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해선 "아주 어릴 때 보고 잊고 지냈지만, 승마선수인 것 정도는 알았다"고 답했다.

면담 자리에서 개별 기업의 현안을 물었는지에 대해선 "내가 먼저 '이런 현안이 있다면서요'라고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분들도 먼저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현안 얘기를 안 했다는 건 아니고 내가 기억에 남을 만큼 현안에 대해 대화한 게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큰 틀에서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 지원'이 오갔다는 검찰·특검 주장을 부인하는 진술이다.

2015년 7월 7대 그룹 대표들과 면담 당시 미르나 K스포츠 재단 출연을 요구했는지 묻자 "경제가 어려우니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문화나 체육 인재 양성, 문화·체육 분야의 지원도 많이 관심 가져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재단을 지원해달라는 말은 안 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작년 2월 독대 때 기업 총수들에게 재단 출연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분들도 제 말에 공감했기 때문에 재단을 설립한 것"이라며 "그래서 관심 가져달라고 했고 (그분들도) 공감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재단 출연 감사 인사는 대기업 회장 모두에게 내가 했던 말"이라고도 진술했다. 이 부분은 독대 자리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과 다른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면담 내용도 밝혔다.

그는 "최 회장이 관심사인 면세점과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얘기를 했을 수도 있다. 헬로비전 인수는 경쟁 업체와 첨예하게 다퉜던 것"이라며 "나는 청와대 담당 수석들에게 국익 차원에서 철저히 공정하게 결정되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최 회장과의 면담 관련 진술을 공개한 건 이 부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도 그룹 현안 이야기가 오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이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진술의 핵심 부분은 그간 우리가 해왔던 변호 내용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특검이 낸 진술조서 내용이 과연 피고인들 주장 중 어떤 부분을 탄핵하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되받아쳤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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