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요구 못 하는 호주인…사상 최저 상승률에 갇혀

입력 2017-08-05 11:42  

임금인상 요구 못 하는 호주인…사상 최저 상승률에 갇혀

생산성·인플레 상승에도 미달…공공부문보다 민간 타격 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봉급생활자들이 생산성 향상이나 인플레이션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의 덫에 갇혀 있다.

특히 민간부문 종사자들의 타격이 커서 그들의 임금상승률은 최근 수년간 공공부문 쪽을 밑돌았다.






5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의 최근 임금상승률은 1.9%로 호주통계청이 약 20년 전 집계를 시작한 뒤 최저수준이다.

금융위기 전만 해도 광산 붐에 힘입어 인상 폭이 4%를 넘기도 했고, 금융위기 때도 2.9%를 기록했으나 2013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이다.

실질임금 상승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론상으로 봉급생활자들은 인플레이션과 노동생산성 증가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 15년 간 임금은 노동생산성 증가분을 따라잡지 못하고 오히려 그 간격은 더 벌어지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 봉급생활자들은 생산성 증가분에 대한 분배 요구를 주저하고 있다"며 "노조 조직률의 감소와 수십 년에 걸친 노동시장의 탈집중화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바꿔놓았다"라고 전했다.

지난 6월 필립 로 호주중앙은행장은 이례적으로 로봇이나 외국인의 일자리 대체 불안감 및 고용안정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라고 주문해 주목을 받았다.

로 은행장은 임금인상이 기록적으로 낮은 것이 호주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 요인이라며 "경쟁이 심하면 보상보다 안정에 가치를 두고 회사나 직원 모두 임금인상을 주저하지만, 노동자들이 이런 생각에 순응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호주의 실질임금은 0.2% 감소했다. 임금은 1.9% 상승했지만, 인플레이션율은 2.1%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따른 타격은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 종사자에게 더 심하다.

최근 조사에서 민간부문의 임금상승이 1.8%에 그쳤지만, 공공부문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2.4%를 기록했다.

공공부문의 임금상승률도 광산 붐이 끝난 뒤 줄곧 내림세이긴 하지만, 민간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은 금융위기 때나 오늘날까지 어느 정도의 임금상승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국민소득(national income) 중 노동자로 가는 몫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호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노동자의 몫은 51.5%로 최근 50여 년 사이 최저수준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2000년대 상당 기간 호주 노동자들은 광산 붐 덕에 신기술과 세계화, 노조 세력 약화라는 악재로부터 보호를 받았으나, 광산 붐 붕괴와 함께 이들 악재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라고 전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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