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 언제까지] 저녁 한끼 거리 장보니 10만원 육박…"장보기 겁나요"

입력 2017-08-06 06:01  

[물가불안 언제까지] 저녁 한끼 거리 장보니 10만원 육박…"장보기 겁나요"

청상추·대파·삼겹살·깐마늘 aT 공시가보다 실제 가격이 16% 더 비싸

서울시내 식당 '쌈 추가요금 받습니다' 안내문 내걸어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정빛나 기자 = "장보기가 정말 겁나네요."

지난 4일 서울 중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김모(58) 씨는 진열대에 붙은 채소 가격표만 연신 확인하며 좀처럼 한 번에 물건을 집지 못했다.

김 씨는 "오랜만에 삼겹살을 굽고 된장찌개를 끓일까 했는데 상추 없이 고기만 먹고 호박 없이 된장찌개를 끓여야 싶을 만큼 비싸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 씨 외에도 이날 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상당수는 자주 먹는 농산물 가격 급등에 물가 상승을 어느 때보다 더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몇 개 안 담았는데 이렇게 비싸다니"…체감물가 '껑충'

기자는 이날 대형마트에서 4인 가족이 된장찌개와 삼겹살 등을 먹는다는 가정하에 두부 한모, 감자 2개(약 424g), 애호박 1개, 대파 200g과 삼겹살 약 800g, 청상추 200g, 깐마늘 300g, 취청오이 2개, 풋고추 200g, 계란 한판(30개), 수박, 참외, 냉동오징어 3마리 등 13개 품목을 구매했다.

13개 가운데 9개 품목은 채소와 계란 등 가정에서 평상시 자주 소비하는 품목이다.

나머지 품목 중 수박, 참외, 삼겹살, 냉동오징어 역시 여름철 가정 수요가 많거나 '서민음식'으로 분류되는 품목이다.


하지만 이날 총 결제금액은 9만1천360원으로, 10만 원에 육박했다.

같은 날(4일) aT가 집계한 소매 가격으로 계산(7만8천628원)했을 때보다 16% 비쌌다. 그만큼 '체감물가'가 훨씬 더 높은 셈이다.

평년(직전 5년) 소매 가격으로 계산(6만4천307원)했을 때보다는 무려 42%나 비쌌다.

쉽게 말해 평소 물가를 생각해 5∼6만 원만 들고 마트에 갔다간, 이날 산 품목의 절반을 겨우 넘는 정도만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마트에 온 한 여성 고객은 "집 근처에 대형마트가 없어 평소 온라인몰을 자주 이용하지만, 날씨도 덥고 해서 변질이 우려돼 일부러 차까지 몰고 나왔는데 시금치나 상추 품질이 딱히 뛰어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평소보다 2∼3배는 비싼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

│품목 │중량·개수│평년 가격 │aT 소매가격(4일)│실제 구매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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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2개(424g) │945 │1157│1260 │

├─────┼─────┼───────┼────────┼───────┤

│애호박│1개 │1049 │2049│2480 │

├─────┼─────┼───────┼────────┼───────┤

│대파 │200g │480 │582 │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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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796g │15466 │18391 │19820 │

├─────┼─────┼───────┼────────┼───────┤

│청상추│150g │1503 │2584│3480 │

├─────┼─────┼───────┼────────┼───────┤

│취청오이 │2개 │1318 │2818│3980 │

├─────┼─────┼───────┼────────┼───────┤

│풋고추│150g │1287 │1897│2380 │

├─────┼─────┼───────┼────────┼───────┤

│깐마늘│300g │2489 │2902│3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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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특란)│30개 │5490 │7574│8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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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오징어│3마리 │6102 │9312│9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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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1통 │17753 │18543 │2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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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5개 │6735 │7129│9900 │

├─────┼─────┼───────┼────────┼───────┤

│두부 │반모 2개입│3690 │3690│3690 │

├─────┼─────┼───────┼────────┼───────┤

│합계 │ │64307 │78628 │91360 │

└─────┴─────┴───────┴────────┴───────┘

(단위: 원)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낮은 편인 중·소형 마트의 경우 농산물 가격이 대부분 더 비쌌다.

같은 날 성동구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입점한 A 마트에서는 '고당도 수박' 한 통이 2만6천500원에 판매되고 있었고, 계란(특란) 한판은 1만 원에 판매 중이었다.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마트 직원은 "수박의 경우 2만9천 원까지 받던 걸 그나마 세일해 판매하는 것"이라며 "대형마트야 '물량 공세'가 가능하지만, 요새 워낙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서 비싸게 받는다고 수익이 많이 남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 "상추 추가 시 추가 요금 받아요"…음식점도 '물가 비상'

농산물을 대량 취급하는 식당도 가격 급등에 울상을 짓고 있다.

무엇보다 음식 특성상 채소류를 대량 취급하는 한식당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상추와 치커리, 케일 등 각종 채소를 기본 찬으로 제공하는 시내 한 쌈밥 전문점의 경우 얼마 전부터 '채솟값 급등으로 부득이하게 추가 요금을 받고 있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이 가게 주인은 "이틀마다 구리농산물도매시장에 가서 채소류를 경매로 받아오는데 며칠 전에는 상추 한 상자에 3∼4만 원 하던 것이 11만 원대에 낙찰된 적도 있다"며 "식당 메인 메뉴가 쌈 채소인데 가격 상승이 추석 때까지 계속될 것 같아 큰일이다"고 걱정했다.

고기 등을 주문하면 계란찜을 무료로 제공하던 식당들도 대부분 서비스를 중단한 지 오래다.

서울 신당동에서 야채곱창, 순대볶음 등 야식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작년 말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이 뛰어 계란찜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그때보다야 가격이 좀 내렸다곤 해도 여전히 AI 발생 전에 비해서는 비싸다"며 "언제고 또 가격이 뛸지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 다시 개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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