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관광버스 불법주차 사라지자 '이륜차 무법천지'

입력 2017-08-06 09:03  

유커 관광버스 불법주차 사라지자 '이륜차 무법천지'

중국 관광객 붐비던 남대문시장·명동 일대 이륜차가 점령

"범칙금 대상…운전자 없으면 단속·견인 못해" 경찰·지자체 속앓이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 '유커'(遊客)가 줄면서 이들을 태운 관광버스의 서울 도심 불법주차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관광버스 불법주차가 사라진 자리를 이번엔 오토바이 등 이륜차와 영업용 차량이 차지해 시민 불편은 여전하다.

이달 2일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액세서리전문상가 앞 도로는 오토바이와 속칭 '삼발이'(오토바이 뒤에 화물칸을 단 차량), 배달용 트럭, 견인차, 물류용 바구니 등에 점령돼 있었다.

이곳에는 간선·지선 시내버스 3개 노선이 지나는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정작 버스가 정차할 곳을 찾지 못해 승객들은 오토바이와 바구니 사이를 지나 1개 차선을 가로질러 버스에 올라야 했다.





이틀 뒤인 4일 오후 3시께 다시 찾았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토바이·삼발이·바구니·배달트럭에다 노점용 차량까지 뒤섞여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승객들은 아예 도로로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중구 관계자는 6일 "이 지역은 과거 유커를 태운 관광버스가 무단주차하던 곳인데 관광버스가 줄자 인근 상인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시로 불법주차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인원이 한정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직선거리로 600m가량 떨어진 중구 명동 인근 서울중앙우체국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체국이 있는 포스트타워에서 주한중국대사관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에 오토바이가 겹겹이 세워져 있었다. 바로 옆에 '불법 주·정차(이륜차 포함) 집중 단속'을 안내하는 입간판이 무색했다.







이곳 역시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 본점은 물론 명동 상업지구와도 가까워 전에는 대형버스들이 줄지어 유커들을 쏟아내던 곳이지만, 지금은 이 일대에서 관광버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곳은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이 가깝고 명동 상업지구와도 가까워 유커들이 주로 대형버스 승하차를 하던 곳인데 지금은 불법주차 지역이 됐다"고 말했다.

동대문 쇼핑상가가 가까운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는 대형버스 주차를 양성화하기 위해 전용 주차장을 만들어놨지만,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이용하는 버스가 적다.

어쩌다 대형버스가 주차하려 해도 일반 승용차나 다른 영업용 차량이 무단 주차를 해 버스 댈 곳이 없다는 민원도 자주 들어온다고 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형버스 대신 오토바이가 불법주차를 시작하자 난처해진 것은 지자체와 경찰이다. 그간 계도와 양성화, 주차장 마련 등으로 대형버스 불법주차 해결 방법을 찾아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토바이 불법주차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제도 허점으로 단속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자체와 경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자동차가 불법주차를 하면 차량을 기준으로 단속해 차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면 된다. 과태료는 지자체가 부과하는 것이므로 단속 주체도 지자체다.

오토바이 등 이륜차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 범칙금만 물릴 수 있다. 범칙금은 경찰이 부과하는 것이므로 단속 주체는 경찰이다.

문제는 범칙금 부과 대상이 과태료처럼 '차주'가 아니라 '운전자'라는 점이다. 오토바이 불법주차 현장에 운전자가 없으면 단속 대상을 찾기가 어렵다. 견인하거나 도로교통에 불편을 주지 않는 곳으로 이동 조치할 수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어렵사리 운전자를 찾아도 다들 영세 상인이라 단속에 반발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오토바이도 많은데 왜 나만 단속하느냐'며 항의하기 일쑤"라며 "2012년 스쿠터 등 50㏄ 미만 이륜차 등록을 의무화할 때 이륜차에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령을 바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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