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내주 대선을 치르는 케냐에서 경찰이 야당연합 사무실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장비를 압수해 갔다.
케냐 야당연합인 국민슈퍼동맹(NASA) 관계자는 지난 4일 저녁(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선거사무실에 경찰이 들이닥쳐 컴퓨터 수십 대와 서버, 그리고 감시 장비 등을 강탈해 갔다고 전했다.
케냐는 오는 8일 치러지는 대선·총선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수도 나이로비의 웨스트랜드 지역에 있는 사건 현장에는 뜯긴 케이블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가운데 부서진 문짝과 의자, 테이블이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었다고 AFP 기자는 전했다.
NASA의 지도급 인사 중 한 명인 무살리아 무다바디는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우리 선거사무실 중 하나가 공격당하다니 믿을 수 없다. 이는 예상 밖의 일"이라며 "그들(경찰)은 사무실을 망가뜨리고 컴퓨터를 훔쳐 달아났다"라고 분개했다.
앞서 NASA는 사건 직후 성명을 내고 '복면을 하고 AK47 소총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관들이 NASA 선거사무실 여러 곳에 들이닥쳤다'고 밝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찰 한 고위간부는 경찰이 어떠한 선거사무실도 침입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건물 경비원은 "그들은 모두 무장하고서 건물로 들어와 총기를 흔들어 보이며 자신들을 경찰이라고 소개했다. 그들 중 일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몇명은 밖에 남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또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나 확신에 찬 모습으로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무다바디는 "정부의 소행임이 틀림없다. 이런 방법까지 동원하다니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결코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NASA의 대통령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 전(前) 총리는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 현(現) 대통령과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오딩가는 우후루가 자신을 이길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거부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오딩가는 지난 2007년과 2013년 대선에서 표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여당 주빌리(Jubilee)는 NASA가 자체 집계소를 운영하려는 계획을 세워 선거관리위원회(IEBC)와 대립하자 선거 결과에 시비를 걸려는 술책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IEBC는 결국 NASA가 최종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체 집계소 설치를 허용했다.
케냐는 지난주 선거 관련 서버의 소재를 아는 선관위 핵심 간부가 고문당한 시신으로 발견돼 충격에 휩싸였다.
케냐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이 끝나고서 개표부정 시비로 촉발된 폭력사태로 1천 100여 명이 사망하고 60여만 명이 집을 잃었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8/05/AKR20170805052200009_01_i.jpg)
airtech-ken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