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시장 '눈치보기'…반포 재건축 2억원 내린 급매도

입력 2017-08-06 08:01  

서울아파트 시장 '눈치보기'…반포 재건축 2억원 내린 급매도

8·2대책에 다주택자 "팔까 말까" 고민…반포주공1단지는 "사업승인 전 팔자"

강북권 매수 문의 끊겨…규제 덜한 분당·광교 등은 '반사이익'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집주인과 수요자 간에 본격적인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대부분 지역에서 매수와 매도 문의가 뚝 끊기거나 눈에 띄게 줄어들며 서로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다만 9월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 이전까지 일시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서울 강남권의 일부 재건축 지역에서는 대책 발표 이전보다 1억∼2억원가량 낮춘 '급매물'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8·2 대책'에서 비켜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서울과 가까운 경기 광명 등에는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 반포 재건축 2억원 이상 내린 급매 등장…강북은 매수·매도 '뚝'

지난 4~5일 한 부동산 중개거래 사이트에는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일시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반포주공1단지의 전용면적 84㎡ 급매물이 25억∼26억원대에 여러 건 올라왔다. 8·2 대책 발표 전에는 호가가 28억원까지 치솟았던 매물이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서울지역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 가운데, 예외조항이 적용되는 시한내 팔려는 급매물이 대책 발표 전보다 2억∼3억원 낮춰 나온 것이다.

반포 주공1단지중 3주구는 이번 대책으로 거래가 불가능해졌지만 1·2·4주구는 이번주 초 사업승인 신청을 앞두고 있어 그 전까지 거래가 가능하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전에 소유권 이전이 완료돼야 해 월요일까지 잔금을 다 치러야 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신반포3차, 둔촌주공5단지, 잠실주공5단지도 마찬가지로 한시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곳들이어서 급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다고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지난주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휴가를 떠났던 강동구 둔촌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9월 시행령 개정 이전까지 거래가 가능하니까 급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의 매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지역에는 급매물이 나오면 사겠다는 수요자들의 문의도 많다고 한다.

둔촌동 S공인 대표는 "싼 매물을 찾는 전화가 여러 건 왔다. 얼마 정도 싼 걸 찾는지 물으면 가격을 말하진 못하고 그냥 싼 매물을 찾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합설립 인가 전이라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도 가격이 떨어진 매물을 찾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자들은 1억~2억원 이상 싼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하는데 매도자들은 집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보기 중"이라며 "아직까지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분양권 거래가 지난 3일부로 전면 금지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등에는 적막감만 흐르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이번 대책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인근의 L공인 대표는 "휴가가 끝나고 이번주부터 문을 열어도 파리만 날릴 것 같다"며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거나 자녀를 결혼시켜야 하는 등 급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팔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기과열지구에다 일부는 투기지역으로까지 지정된 강북권에서는 노원구, 마포구, 용산구, 은평구 일대 중개업소에서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뚜렷해졌다", "매수자들의 문의가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강북의 재개발 지역도 직격탄을 맞았다. 대책 발표 전에 '부르는 게 값'인 데도 매수자가 몰렸으나, 재개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로 불과 2~3일 만에 전화 한 통 없는 정반대 분위기가 됐다. 일부 계약 포기도 나오고 있다.

한남뉴타운 H공인 대표는 "대책이 나온 뒤 매수 문의가 아예 뚝 끊겼고, 계약한 사람도 계약금을 포기하며 계약을 물리는 분위기"라며 "기존에 상담받은 손님들에게는 싼 물건이 나왔다고 문자를 보내도 반응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 투기지구 지정 피한 분당·광교 등 문의 늘어…'반사이익' 기대감

서울의 가파른 집값 상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덜했던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피해간 수도권 내 '규제 무풍지대'는 '풍선 효과'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중개업소들은 아직 당장 며칠 만에 가시적인 효과를 체감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분당, 일산의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문의가 이전보다 좀 더 늘었다거나,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대책 발표 이후에도 꾸준한 점 등을 볼 때 규제를 피해간 것은 실감할 수 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분당시 정자동의 K공인 대표는 "수요자들이 최근 급매를 많이 찾고 있다"며 "하루에만 7~8통씩 가격이 싸게 나온 물건이 있는지 묻는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광명시 철산동의 C공인 대표는 "여기는 조정대상지역이라 투기과열지구보다 규제 수위가 약하니까 긍정적인 영향은 조금 있을 것 같다"며 "원래 인기 지역이라 매수 쪽은 문의가 원래 많았고 여전히 꾸준하게 매수 문의가 오는데, 가격이 더 오를 거라 기대하는 주인들이 매물을 더 감추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광교신도시의 H공인 대표는 "특별히 나빠진 것도 좋아진 것도 아직 없는 것 같다"며 "다만 여기는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이 없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의 거래가 대책 발표 전과 비교해서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기는 물건이 잘 없어서 거래가 아주 많지도 않던 곳으로, 대책 이전과 이후에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yjkim8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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