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브라질에서 어린 시절 입양된 한 남성이 피부색 때문에 채용이 취소된 사실이 드러나며 인종차별 문제가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의 한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기로 했다가 피부색을 문제삼은 호텔 측에 의해 일할 기회를 박탈당한 파올로 그로타넬리(29)의 사연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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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 거주하는 그는 여름 휴가철 동안 일할 사람을 구하던 에밀리아 로마냐의 해변 도시 체르비아의 호텔에 흑백 사진을 담은 이력서를 보낸 뒤 채용 통보를 받았고, 현지로 떠날 준비를 하던 지난 6월 채용이 취소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호텔 주인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 "미안하지만 식사 공간에 유색인을 둘 수 없다"며 일하러 올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다. 그는 "에밀리아 로마냐에선 많은 사람들이 낙후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변명했다.
채용이 확정된 직후 컬러 사진이 부착된 그로타넬리의 신분증을 받아본 호텔 주인은 그가 백인이 아닌 까무잡잡한 피부임을 들어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상파울루의 고아원에서 살다가 3살 때 형과 함께 밀라노의 이탈리아 부부에게 입양된 그로타넬리는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믿을 수가 없었다. 울면서 그 문자 메시지를 30번도 더 읽었다"며 참담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관광산업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과 이탈리아 호텔협회의 지원을 받아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 절차를 돕고 있는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인종차별"이라며 "피해자는 일자리를 잃음으로써 재정적 손실을 입은 동시에 모욕과 불평등의 희생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건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도 우려와 분노를 표현했다.
라우라 볼드리니 이탈리아 하원의장은 "2017년 이탈리아에서 단지 어떤 사람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노동권을 차단당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피해를 위로하기 위해 그로타넬리와 그의 가족을 하원으로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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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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