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는 美정부 '제제대상'인 친정부 성향 인사 기용
(카라카스<베네수엘라> AP·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5일(현지시간) 루이사 오르테가(59) 검찰총장을 해임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전날 출범한 베네수엘라 제헌의회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출범 후 첫 조치로 오르테가 검찰총장의 해임안을 처리했다.
오르테가 검찰총장은 퇴진 여론에 부닥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제헌의회 선거의 정당성을 비판하고 국가선거위원회의 위원의 수사를 지시하는 등 마두로 대통령을 줄곧 압박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사실상 이끄는 제헌의회는 이날 오르테가 검찰총장을 해임하면서 제헌의회 체제가 최장 2년간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르테가 검찰총장은 제헌의회의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히고 마두로 정권과의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제헌의회의 결정이 마두로 정권이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얼마나 나아가려 하는지를 베네수엘라와 전 세계에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당한 일은 전체주의적 지배에 반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 당하는 일을 보여주는 아주 작은 예시일 뿐"이라며 "내가 숨 쉬는 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오르테가 검찰총장의 후임으로는 친 정부 성향의 타렉 윌리엄 사아브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됐다.
사아브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대통령부터 서민까지" 모두가 직면한 외부 위협으로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미 정부는 지난달 사아브 검찰총장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임에도 인권 보호 의무를 소홀히하고, 반 정부 시위자들을 탄압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오르테가 검찰총장을 축출한 베네수엘라 제헌의회의 결정에 주변국은 우려를 표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불법" 의회가 저지른 "첫 독재주의적 행동"이라며 베네수엘라 국민과의 연대를 약속했다.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OAS)도 사아브 검찰총장 임명 소식에 "베네수엘라의 제도 질서가 무너진 상황에서 위법 의회의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한편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남미 4개국이 참여하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은 민주주의 절차를 훼손한 대가로 베네수엘라에 대해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베네수엘라는 2012년 메르코수르에 가입했지만 대외 무역협상에는 참여하지 않았고 지난해 말부터 이미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주요 4개국이 추가로 자격정지를 결정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메르코수르 회원국으로 복귀하기가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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