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주말 긴급회의서 만장일치…北 2차 ICBM 도발, 제재결의 자초
중국·러시아, 결의안 채택 직후 "사드배치 반대" 거듭 강조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북한이 지난달 4일(현지시간) 1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곧바로 다음날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당시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까지 거론하면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중국과 러시아 측은 "군사옵션은 배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흥분한 헤일리 대사는 "만약 북한의 행동에도 즐겁다거나, 북한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면 새로운 제재결의에서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하면 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작심한 듯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선명한 대립각을 드러내면서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 협상은 출발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교착상태로 흐르는 듯했던 협상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 것은 지난달 28일 북한의 2차 ICBM급 미사일 발사였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초강경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 측 논리는 더욱 명분을 얻었고, 대화론에 무게를 뒀던 중국 측 부담은 커지는 양상으로 흘렀다.
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헤일리 미국대사는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면 긴급회의를 할 시점이 아니다.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라며 '결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말 잔치'로 끝날 수 있는 공식회의를 건너뛴 채 미·중 간 치열한 물밑협상이 이어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예고하면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거듭 압박했다.
중국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이달 초.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3일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이것이 만장일치 결의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북제재 합의가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시사했다.
더이상 북한의 도발을 묵과하기 어렵다는 국제적 여론이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발씩 양보하면서 타협점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꼽히는 원유공급 금지 카드에서 물러나면서 중국이 찬성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줬다. 대신 북한 정권의 자금줄에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이 추가됐다.
일각에서는 안보리 제재 명단에 '김정은' 실명을 명시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최종 채택된 결의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마주보고 달려왔던 미·중은 충돌 직전에 합의를 끌어냈고, 이와 맞물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 발표를 전격 연기했다.
미·중 합의가 이뤄지면서 결의안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ICBM이 아니라 중거리"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러시아까지 찬성기류로 돌아서자, 미국은 최종수정안(블루텍스트·blue text)을 15개 안보리 이사국들에 회람했다. 결의안에서 북한의 주장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ICBM'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러시아의 입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보리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예고된 만장일치. 곧바로 주말(5일) 오후 긴급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15개 이사국 대사들은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 거수표결에 전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1차 ICBM 시험발사 이후 33일 만이다. 2차 ICBM 시험발사를 기준으로 하면 일주일만이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이번 세대(a generation)의 가장 혹독한 제재이자, 북한 정권에 대한 단일 제재로서는 가장 광범위한 경제제재 패키지"라고 강조한 뒤 중국에 감사의 뜻을 드러냈다.
상임이사국 멤버인 프랑스의 프랑수아 드라트르 유엔주재 대사는 기자들에게 "북한 정권의 오판(miscalculation)을 막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조태열 유엔주재 대사도 '당사국 대사'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신규 제재결의에 대한 강력한 지지입장을 표명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리더십을 보여준 미국에 감사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중국의 류 대사도 안보리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측은 한반도 해법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류 대사는 결의안 채택 이후 공식발언을 통해 "북한은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도 "미국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샤 신임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도 "사드배치가 한반도의 불안정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네벤샤 대사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최근 발언과 관련, "미국이 한반도의 강제적인 통일이나 군사개입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진정성 있는 발언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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