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그리스 구단과 이스라엘 경기에 출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유명 축구선수이자 대표팀 주장인 마수드 쇼자에이가 '적성국' 이스라엘의 프로축구팀과 경기에 나갔다가 대표 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놓였다.
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이란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쇼자에이는 4일 밤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소속팀인 그리스 파니오니오스FC와 이스라엘 마카비 텔아비브와의 그리스 아테네 홈경기에 출전했다.
이 경기엔 쇼자에이 외에 역시 이란 국가대표에 종종 이름을 올리는 같은 팀의 에흐산 하지 사피도 주전으로 뛰었다.
이들 두 선수는 지난달 27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원정 경기엔 불참했다. 이스라엘은 운동선수라도 이란 국적자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탓이다.
그렇지만 3일 홈경기엔 팀의 요구에 따라 이스라엘과 경기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주요 선수여서 이 경기를 이겨야 할 팀으로서도 두 번 다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기는 어려운 처지이긴 했다.
두 이란 선수가 이스라엘과 경기에 참가하자 이스라엘 외무부는 4일 트위터에 "이스라엘 선수와 경기를 하지 못하는 (이란의) 금기를 깬 두 축구선수를 높이 평가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지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란축구협회는 5일 "두 선수는 팀의 압박에도 점령된 팔레스타인(이스라엘)에서 열린 원정 경기 출전은 거부했다"면서도 "그들은 홈경기 출전 역시 거부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출전 경위를 전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체육·청소년부도 이날 낸 성명에서 "이란은 불법적 정권인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관련 자료를 수집해 검토한 뒤 두 선수에 대해 적절하게 징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은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스포츠 경기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접촉을 금지한다. 자의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인과 접촉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현지 언론에선 두 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하거나 이란으로 귀국해도 아예 축구선수로 활동하지 못하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이달 31일 서울에서 한국과 2018년 월드컵 축구 지역 최종예선전이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1974년 이란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모든 스포츠 경기 권역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옮겼다. 당시 이슬람혁명 전인 이란은 이스라엘을 적대시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랍 중동국가와 이스라엘이 무력 분쟁 중이었던 탓에 스포츠 경기 도중 정치적인 이유로 불상사가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