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회의 '개막했으나 변질'…"시진핑 의도관철 무대될것"

입력 2017-08-06 16:17  

베이다이허회의 '개막했으나 변질'…"시진핑 의도관철 무대될것"

이미 중요성 약화…시진핑 이미 강고한 권력기반 확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지도부가 휴가를 겸해 전직 지도자와 원로들과 차기 권력을 논의하는 비밀 회동을 갖고 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의도를 관철하는 무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경축대회에 참석한 이후 관영 매체나 공개행사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에 따라 현재 베이다이허(北戴河) 비밀 회의가 개최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 주변의 경비가 삼엄해진 것도 올 가을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의 지표가 될 베이다이허 회의가 개막됐다는 징표로 해석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역시 1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미국 미시건주 릭 스나이더 주지사와 회견을 가진 뒤 관영 매체 보도에서 사라졌다.

이런 가운데 대만 중앙통신과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 등은 6일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미 시작돼 19차 당대회 관련 업무보고와 인사 문제가 논의되더라도 시 주석의 의지를 관철하는 무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의 한 중국 전문가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는 이 회의가 비교적 중시됐다가 근래 들어 그 중요성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며 공식 회의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심지어 이번에 현안을 논의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단체 '중국인권'의 가오원첸(高文謙) 고문은 당 대회가 열리는 해의 베이다이허회의는 중요할 수 밖에 없지만 지난달 하순부터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베이다이허 회의의 주기조는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했다.

차기 주자로 분류되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가 전격 면직돼 조사를 받았고 네이멍구(內蒙古) 사막 훈련기지에서 열린 건군절 열병식에 시 주석 외에는 뺀 6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전임 지도자는 한명도 참석치 않았다.

가오 고문은 "이는 시 주석이 인사나 국정을 다른 지도자와 상의하지 않고 자신의 의도대로 뜻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발간되는 시사잡지 '베이징의 봄' 후핑(胡平) 주필도 "19차 당대회에 정해진 인사포석에 베이다이허 회의가 어떤 변화를 주거나 역전시키는 작용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이 이미 당내 '핵심' 지도자 지위를 확립하고 마오쩌둥, 덩샤오핑(鄧小平)급 반열의 지도자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이번 회의의 의미는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대보다 확연히 낮아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쩌민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덩샤오핑에 의해 후계자로 발탁돼 총서기로 취임한 다음 덩샤오핑을 대표로 한 당 원로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그 결과 15차 당대회에서 원로들이 지정해놓은 후진타오를 자신의 후임 지도자로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후진타오 역시 재임 기간 장쩌민 세력에 줄곧 휘둘렸다는 평을 받는다. 후진타오는 총서기 취임 2년이 지난 뒤에야 장쩌민으로부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물려받았고 정치국 인사 문제도 장쩌민 세력과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장쩌민, 후진타오와 달리 지금의 시 주석은 이런 부담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당내 단단한 입지를 굳히고 군으로부터 신망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부터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처음으로 '원수'(統帥) 칭호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장쩌민 세력이 이미 반(反)부패 숙청으로 대거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점도 현시점에서 시 주석 중심의 권력구조에 영향을 미치거나 위협을 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후진타오 역시 링지화(令計劃) 전 중앙판공청 주임을 비롯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 세력의 잇따른 낙마로 자신만 홀로 독야청청한 상황에 처해있다. 후 전 주석은 18차 당대회에 권력분점 욕심을 부리지 않은 채 시 주석에게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한꺼번에 양도했다.

후진타오가 천거한 쑨 전 서기를 해임한 것도 시 주석이 권력분점 구도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래서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 주석의 1인 권력체제를 당 원로들에게도 확인시키는 무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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