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4승·올해만 3승…10년 만에 전성기 '활짝'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7일(한국시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인경(29)은 유독 등락을 극명하게 보이면서 산전수전을 겪은 선수다.
2005년 US여자 주니어선수권 정상에 오른 그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이듬해 1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1위로 통과하며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07년에 데뷔해 이듬해 10월 롱스드럭스 챌린지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고, 2009년 스테이트팜 클래식,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등에서 해마다 1승씩 거두며 존재감을 알렸다.
2011년에는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1회, 3위 3회 등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어 이번 대회 전까지 공동 10위 이내에 든 것이 12차례나 됐음에도 우승 맛은 보지 못했다. 준우승만 두 차례였다.
특히 지금은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불리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 파 퍼트' 실수의 여파로 결국 우승을 놓친 장면이 너무 강하게 남아 '불운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다.
이후 메이저대회는 물론 다른 대회에서도 좀처럼 우승하지 못하던 그는 2014년 7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ISPS 한다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라 슬럼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우승 갈증도 풀었다.
이 대회 이후 계단에서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꼬리뼈를 다쳐 상당 기간 고생했으나 올해 6월 숍라이트클래식을 시작으로 그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활짝 꽃피우고 있다.
숍라이트 클래식과 지난달 마라톤 클래식으로 올 시즌 유소연(27)에 이어 두 번째 다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 김인경은 이 대회에서 투어 생활 10년 만에 메이저 우승까지 추가하며 올 시즌 다승 선두(3승)로 나섰다.
LPGA 투어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거둔 승수가 4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온갖 산전수전을 경험한 덕분에 김인경은 서른 즈음에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올 시즌 선전의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마라톤 클래식 우승 이후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고 밝힌 건 '무심'의 경지를 보여준다.
한국 여자골프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8년생 선수 중 한 명으로, 그간 박인비나 신지애 등의 아성에 밀렸던 김인경이지만, 올해만큼은 자신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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