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글로벌 '유동성 파티'가 사실상 끝나고 '긴축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기업 도산과 가계 파산을 막기 위해 저금리 자금을 사실상 무제한 공급해왔다. 추세 반전은 미국이 이끌었다.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이 올해 3월과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린 것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1.00~1.25%) 상단은 한국과 같아졌다. 미 연준은 올해 9월이나 12월 또 한차례 금리를 올리고, 연내 4조5천억 달러 규모의 보유자산 매각도 시작한다고 한다. 지난달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한 유럽중앙은행(ECB)도 올가을 통화정책 변경을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금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국내 기준금리는 작년 6월 0.25% 포인트 인하된 이래 동결됐다.
국제 금융시장이 긴축 모드로 돌아서자 국내 금융기관들은 벌써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 금리는 더 오를 것 같다. 이럴 경우 가장 큰 타격은 1천4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 집중된다. 저금리 부동산담보대출로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때 당국자들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했다. 그나마 건설 부문이 부진한 경기의 버팀목이었기 때문이다. 금리가 들썩거리면서 지난 정부 때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샀던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한은도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2.8%에 달한다"면서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을 만큼 과다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75~85% 수준이면 경제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한국의 가계부채는 세계 주요 43개국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빨라 심각성을 더한다.
문재인 정부가 6월 19일과 8월 2일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발표한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8·2대책은 서울, 과천, 세종시 등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 지구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낮춰 돈줄을 바짝 죄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달 중 별도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대책 발표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만7천 달러대에 수년째 맴돌던 1인당 국민소득이 내년에 3만 달러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이 전망대로 되면 2006년 2만 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12년 만이다. 그런데 이 전망이 실현되려면 경제가 정부 목표치만큼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샴페인 터뜨리기를 곁눈질할 만큼 우리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경제의 최대 뇌관인 가계부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성장 목표를 의식해 혹여라도 가계부채 관리를 느슨히 하면 정말 뇌관이 터질 수도 있다. 12년이나 기다린 3만 달러 진입을 한두 해 늦춘다고 문제 될 것도 없다. 정부는 성과주의나 실적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